[단독]새 정부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빨간불’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9.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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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55%로 6개월간 1.6%p 상승…증가폭 둔화됐지만 목표치 괴리는 확대

[단독]새 정부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빨간불’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공약한 ‘가계부채 총량관리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5%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말과 비교해 1.6%포인트 오른 역대 최대치다. 142.9%에서 153.4%로 10.5%포인트 오른 지난해보다 증가 폭은 둔화됐지만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목표에서는 멀어졌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를 가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55%라는 것은 개인 가처분소득이 100만원일 때 갚아야 할 빚은 155만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가계 소비 여력이 악화된 것이다.

이런 결과는 올해 들어서도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실제로 올해 2분기말 가계부채는 1388조3000억원, 가계 가처분소득(잠정치)은 89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각각 45조8000억원, 20조4000억원 늘었다.



한은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약 80조원으로 예상한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낮추기 위해선 연간 가처분소득이 이보다 더 늘어야 한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5%를 밑돌고 있어 쉽지 않은 목표다.

정부 8·2 부동산 대책으로 하반기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겠지만 지표 방향성이 바뀌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연간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6~7%대로 오르고 가계부채 증가율은 5%대로 낮춰야 지표 방향성이 바뀔 것 같다”고 했다.

소규모 자영업자 부채를 포함한 자금순환 통계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1565조8000억원이며 이에 따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78.9%까지 치솟는다. 최근 자영업자 부채가 늘어 이 지표도 올해 2분기 중 1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기준으로 보던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목표 달성은 어려워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 가처분소득 확대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다만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기업이 늘어날 경우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계부채 총량 규모를 줄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하는데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인위적인 가계부채 감축은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가계부채 속도나 총량 수준이 높아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인위적으로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정책에는 부정적인 이유다.

시중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취약 차주(借主)부터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로 옮기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가계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돼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감한 정책 결단을 주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들어 신용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영향도 있지만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기보다는 경기를 살리는 정책으로 가계소득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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