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검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성용 전 사장은 이날 오전 9시경 서울중앙지검 소환에 응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하 전 사장에 대해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 관련 분식 혐의 △협력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혐의 △원가 조작을 통한 국고 지원 부당 수수 혐의 △정·관계 인사 채용비리 혐의 등을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가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KAI는 예상치 못한 경영 공백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비리 혐의가 제기된 하 전 사장이 7월 말 자리를 떠났는데도 새 대표이사 선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은 수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주 KAI의 본부장 및 부서장급 인원 16명을 무더기로 불러들여 수사를 급히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적폐를 들춰 대형 스캔들을 파헤치진 못했지만 경영진에 만연해 온 비리는 밝혀내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검찰은 전 정권의 비호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하 전 사장을 구속해 2라운드 조사를 벌이려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 전 사장과 전 정부 주요인사에 대한 방산비리 조사를 계속하면서도 KAI의 일반적인 경영은 수사와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제재 범위를 한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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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올해 말 미국 공군이 주관하는 고등훈련기(Advanced Pilot Training·APT) 수출 입찰을 앞두고 있다. 12월로 예상되는 이 입찰은 미국 공군이 사용할 훈련기 350대를 두고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이 보잉 컨소시엄과 사실상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중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를 놓칠 수 없는 만큼 검찰도 KAI에 대한 수사를 하 전 사장과 관계된 경영비리로 일단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산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무한정 확대해 KAI 회사 전체를 부도덕한 업체로 몰고 갈 경우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수출할 수 있는 수십조원 규모의 시장 기회가 사라진다"며 "일단 수사는 하성용 전 사장의 개인비리와 그의 구속 여부로 한정되지 않겠냐는 것이 현재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