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해자' 문성근 "음란사진 유포에 공작까지…MB 알고 있었을 것"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7.09.18 20:11
글자크기

"돈 주고 어버이연합 동원해 집회 지시…MB 소환조사 강력 요구"

이명박 정부 시절 행해졌던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이 1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명박 정부 시절 행해졌던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이 1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를 퇴출시키려 했던 이른바 'MB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씨가 "(검찰 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문씨는 18일 오후 6시25분쯤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내부 문건을 봤더니) 그안에 어버이연합을 동원한 시위나, (시위) 몇 회에 800만원을 지불한다는 등 내용이 있었다"며 "어버이연합이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으리라는 짐작이 국정원 문건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검찰에 출석해 약 7시간 45분간 조사를 받았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는 지난 11일 이명박정부 시절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7월 국정원은 당시 김주성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82명의 인사를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으로 지목하고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이들 활동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배우 문씨를 비롯해, 소설가 이외수씨, 이창동 영화감독, 방송인 김미화씨 등 82명이 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이 사건을 검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사건을 즉시 국정원 정치개입 전담수사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문씨는 "(검찰 조사에서) 음란 사진 유포 부분을 먼저 얘기했고, 국민의 명령 운동 와해를 위한 공작 부분 등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1년 문씨와 배우 김여진씨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진을 제작해 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배우가 침대에 있는 모습을 합성한 이 사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 육체관계'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문씨는 또 2011년 야권대통합을 위한 국민의 명령 운동을 주도한 바 있다. 문씨는 "이를 와해하기 위한 다양한 공작이 이뤄졌다"며 "이미지 실추를 위한 다양한 공격을 하라거나 어버이연합에 돈을 지불하고 사무실에서 1인 시위와 규탄시위를 하라는 등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그런 시위를 많이 봤었고 사진으로도 남아있어 입증이 아주 쉬운 범죄들이었다"며 "그런 것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했다"고 전했다.

문씨는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 기구이기 때문에 내부 결제 라인을 통해 집행된 공작은 이 전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며 "이 전 대통령 소환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문씨 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다양한 피해자들을 불러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조사할 계획이다. 오는 19일에는 방송인 김미화씨가 검찰에 출석한다. 또 원 전 원장뿐만 아니라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들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 피해 사례를 살펴보고 있는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며 "또 조사를 진행하다보면 책임선상에 있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