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0억대 '육류 담보' 대출사기극…45명 무더기 재판행

뉴스1 제공 2017.09.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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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부위 속이고 시세 부풀리고 중복대출까지
유통·창고업·대출중개업자 등 공모해 조직적 범행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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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 등 제2금융권 회사 10여곳을 상대로 5700억원대 '육류 담보' 대출 사기극을 벌인 수입고기 유통업체와 창고업자 등 수십명이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진원)와 수사과(과장 장병인)는 수입고기를 담보로 사기대출을 받은 육류 유통업자와 대출 중개업자 등 41명을 사기(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금융기관 직원 A씨(46) 등 4명 역시 특경법상 수재 또는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총 45명의 피의자 중 16명은 구속기소, 나머지 29명은 불구속기소 됐다.

육류담보대출은 동산 담보대출의 일종이다. 육류유통업자가 소·돼지 등 냉동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이체확인서를 발급하고, 금융사가 이를 바탕으로 유통업자에게 대출해주는 구조다. 하지만 부동산 같은 등기제도가 없어 중복담보대출의 위험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B씨(52) 등 육류 유통업자들은 이미 담보로 제공한 고기를 다른 금융기관에 다시 제공해 중복으로 대출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C씨(62) 등 창고업자는 이 과정에서 유통업자와 공모해 이체확인서를 중복 발급 해준 혐의다.

또한 B씨 등 유통업자들은 담보로 제공하는 고기의 부위를 더 비싼 부위로 속이거나 시세를 부풀려 담보가치를 부풀리는 수법을 썼다. D씨(49) 등 대출중개업자는 금융기관에 허위 시세를 확인해줬다.

검찰 조사 결과 유통업체 50여곳은 7개의 '패밀리'를 구성해 업체 간 대출한도를 빌려주고 대출금을 나눠쓰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간 거래를 꾸며내 허위 매출실적이나 담보용 육류를 조작하는 수법 등을 썼다.


A씨를 비롯한 금융기관 등 피해회사 직원 4명은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로부터 대출한도를 증액하거나 담보물 확인을 간소화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각 3000만~1억300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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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자금추적 결과 유통업자들은 편취한 대출금을 '대출 돌려막기'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14~2016년 대출받은 약 1조9천억원 중 78%를 대출금 상환에 썼다. 그 밖에 영업비용 및 손실을 메우는 데 1330억원, 부동산 투자 등 사적 용도에 270억원, 이자·수수료 등 금융비용에 1220억원 등을 썼다.

이번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 피해로 검찰에 고소장을 낸 기업은 동양생명, HK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효성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총 14곳이다. 동양생명의 피해금액이 3803억원으로 가장 많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이 담보물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는 등 관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보고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주가 하락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본 동양생명의 경우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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