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성장엔 사람이 있었다'…임영호씨 '일은 삶이다'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7.09.1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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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 전 하나금융 부사장 '일은 삶이다' 출간..행장 퇴진 투쟁하고도 부서장 발탁 인연

임영호 전 하나금융 부사장임영호 전 하나금융 부사장


‘은행장 연임 반대투쟁을 하던 노조 간부를 본점 부서장으로 앉힌 조직.. 은행장 수행직원은 대형세단의 운전석 옆자리가 아닌 행장 옆자리에 앉는 조직’

단자회사에서 출발해 국내 최대은행으로 도약한 하나은행(하나금융그룹)의 성장 스토리가 엮여져 나왔다. 홍보와 인력개발 업무를 오랜기간 맡아왔던 임영호 전 하나금융지주 (60,000원 ▲3,400 +6.01%) 부사장이 최근 발간한 책 '일은 삶이다'(행복우물 펴냄)를 통해서인데 돈(자금력)이나 권력이 아닌 사람의 힘이 특히 부각돼 있다.



책은 사법시험에 여러차례 물을 먹었던 법대생 임영호의 입사기부터 시작한다. ‘급여를 제일 많이 주는 회사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대학 행정실에서는 단자사 입사를 권했고 흔쾌히 응했다(하나은행의 전신은 단자사 한국투자금융이었다)는 것. 하지만 면접에서 지원동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회사가 늦게 출근하고 빨리 퇴근한다고 해서 지원했다’는 눈치없는 답을 내놓았다. 또 회사 사장이 직원들에게 권한 책의 주인공(리 아이아코카 크라이슬러 회장)에 대해서는 ‘어려울 때 사람 줄이고 좋아지면 다시 뽑는 그런 경영은 나도 하겠다’고 촌평했다.

낙방을 예상하고 기차를 타러 가던 길에 합격소식을 들었던 그는 1년 뒤 노조 사무국장을 맡는 파격행보를 이어갔다. 은행으로 전환된 뒤 사장에서 호칭이 바뀌어 연임된 은행장은 노조 간부여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고사하는 그를 홍보부서장으로 발탁했다. “선배들이 나서기 싫어하는 사장 퇴진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고집있고 추진력이 필요한 홍보업무에 적격”이라는 돌대가리라는 꾸중과 함께.



그는 오랜 기간 성의 차원의 후원과 인연으로 바둑기사 조치훈을 은행 행사에 불러내는 수완을 발휘했고 서울 구의지점장으로 일할때는 ‘구의 하나은행장’으로 자임하며 책임의식을 발휘했다.

외환위기나 신용대란 등으로 주요 대기업들이 자금난 등으로 위기에 빠졌을 때 최고경영진과 함께 국내와 해외를 누비거나 총수들과 은행 최고위 간부들이 담판한 일화 등도 담겨 있다. 또 노동조합과 경영진이 자주 대립하는 은행 풍토에서 노조 출신이 주요 회사(계열사) 간부들로 나간 하나은행의 사례를 들며 이해관계가 아닌 회사 발전과 조직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화합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초대 통합 행장이었던 고 윤병철 회장을 조직의 최고공감책임자(CSO, Chief Spiritual Officier), 김승유 전 회장을 재무관리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완벽했던 상사라고 칭하는 임 전 부사장은 1991년부터 2011년까지 하나은행의 숨가쁜 성장의 역사를 다뤘지만 현재 동료들에게는 피해를 줘선 안 되겠다는 뜻도 밝혔다. 누구보다 김정태 현 회장을 가까이 모시기도 했지만 현재 진행형인 그룹 운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표시한 것.


‘사령장을 수기로 써서 주던’ 시절의 작은 조직과 외환은행 인수 이후로 국내 최대(자산기준) 은행이 된 현재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그는 ‘내 자리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 하면 이전처럼 잘 될 것’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강조하는 그는 소설과 사서의 일부를 인용해 교훈을 주는 ‘소설평석’이라는 양념도 선보인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앞으로 비슷한 어려운 일을 겪거나 새로운 변화를 도모할 때 참고자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것.

임 전 부사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하나은행 홍보팀장, 인력개발실장, 지점장, 준법지원본부장, 그룹 인사담당최고책임자(지주 부사장 겸 은행 부행장)를 역임했다. 하나은행 생활 30여년(한국투자금융 시절 포함)을 대부분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루는 대내외 홍보, 기업문화, 사회공헌, 인사전략, 인재육성 업무에 종사했다. 지난 2014년에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일은 삶이다’라는 책처럼 일과를 꾸려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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