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없는 부동자금 전단채랩 기웃, 2%수익에 뭉칫돈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7.09.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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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한도 10초만에 동나. 부동산 규제+주식시장 조정 겹쳐 자금 단기화

갈곳없는 부동자금 전단채랩 기웃, 2%수익에 뭉칫돈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와 주식시장 조정 국면이 겹치면서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단기 금융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에서 내놓는 단기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데, 최근에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랩어카운트 인기 과열 현상이 벌어진다.

전단채란 종이가 아닌 전자방식으로 발행해 유통하는 만기 1년 미만의 채권이다. 종이 어음과 달리 거래지역 한계가 없고 위 · 변조나 분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여러 전단채를 묶어 투자한 뒤 수익을 지급하는 게 전단채랩이다.



최근 판매되는 전단채랩의 경우 만기가 3개월 가량으로 짧게 설정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리는 2%대 초반으로 높지는 않으나 단기 유동자금이 머물다 가기에 적합하다.

증권업계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는데, 팔기만 하면 매진이다. 지난 13일 신한금융투자 반포지점. 영업 오픈은 오전 7시30분이지만 이미 20~30분 전부터 장사진이 펼쳐졌다.



신한금융투자는 매달 전단채랩을 500억~1000억원 가량 판매하고 있는데 500억을 모집하면 단 10초, 1000억원어치를 판매하면 10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다.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많다. 13일도 전단채랩 1000억원 어치가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5월 전단채랩을 선보인 후 지금까지 1조2646억원을 판매했다.

투자가 늘면서 전단채 발행액은 지난해 사상 첫 10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날 판매된 전단채 신한금융투자의 전단채랩은 3개월 만기로 수익률은 연 2.1% 수준이다. 고작 연 2% 수익에 뭉칫돈이 몰린다는 게 낯설기도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노재철 신한금융투자 반포지점 PB(프라이빗 뱅커)는 "줄곧 은행과 거래하던 고객들이 1%대 예금금리에 지쳐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전단채랩은 우량 단기채에 투자해 안정성이 높고 예금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익을 거둬 은행권 고객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도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일부터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91일 동안 연 3.0% 금리를 적용하는 RP를 특별판매하고 있다.



1인당 최대 10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데 한도 외 추가 납입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RP 5000억원 특판을 결정했고 10일 만에 3500억원 이상 팔렸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거액 자산가들의 여윳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며 "3개월 만기 상품에 특히 자금이 몰리는데 RP는 투자 한도인 10억원 이상 납입 여부를 문의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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