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의점 등 가맹사업의 심야영업 제한시간을 확대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심야 5시간 영업단축이 가능한 현행 기준을 7시간으로 확대하는 것은 시장 현실을 무시한 입법이라는 것이다.
◇출근시간에 편의점 문 닫으라니… 3개월 손실 기준도 문제=공정거래위원회는 심야 영업시간대를 오전 0시부터 오전 7시 또는 오전 1시부터 오전 8시로 늘리고 영업손실 발생 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는 영업종료 후 정리나 영업개시 전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할 때 실제 문을 닫을 수 있는 시간이 5시간보다 짧고 영업손실 발생이 명백히 예견되는 경우에도 6개월을 기다려야 해 기준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포함된 오전 7~8시는 편의점 업계에서 매출이 가장 많이 나오는 황금 시간대여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A편의점 관계자는 "상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편의점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시간대가 오전 6~9시와 점심시간대, 밤 10시~오전 1시"라며 "7~8시까지 문을 닫을 경우 오전 영업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어서 상당한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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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손실기간 산정기준을 3개월로 줄이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 업계는 주장했다. C편의점 관계자는 "3개월은 계절이나 상권 요인에 따라 매출 손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 짧은 기간"이라며 "현재도 업체들 대부분이 심야영업을 강제하지 않고 가맹점주 자율선택에 맡기는데 정부가 과도한 강제 규정을 만들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올려놓고…영업단축 해 인건비 줄이라는 정부=내년 최저임금 인상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영업시간을 단축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라는 생색내기용 제도를 내놨다고 편의점 업계는 지적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기대 효과로 '심야시간대 영업시간 단축시간이 늘어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사업자의 인건비 부담 완화'를 꼽았다.
편의점 산업 구조나 가맹점주의 전체 매출, 소비자 편의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있다. 편의점 사업은 도시락,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물류·배송을 비롯해 전산 등이 24시간을 기준으로 연쇄적으로 돌아가는 만큼 오전 영업에 가장 중요한 1~2시간 공백이 생길 경우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D편의점 관계자는 "소비자의 불편과 혼란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아침 시간대에 영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고객 이탈로 오전 뿐 아니라 점포 전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의 심야 미영업 점포 비율은 10~17% 안팎이다. 이 중 지하철, 복합쇼핑몰 등 심야시간에 건물 전체가 문을 닫는 특수 점포를 제외하고 심야시간 손실로 영업을 단축한 점포 비율은 평균 1~2% 안팎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