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영미, 유명 호텔에 '객실 제공' 요청 논란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7.09.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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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캡처/사진=최영미 시인 페이스북 캡처


1994년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잘 알려진 최영미 시인(56)이 서울 서교동 한 유명 호텔에 1년간 객실 무료 제공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오전 최 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어제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욕실 천장 누수 공사도 하고 이것저것 다 내 손으로 고치고 손 봐서 이제 편안한데, 또 어디로 가야 하나…"라며 운을 뗐다.



최 시인은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이사를 안 하는 방법이 없을까. 11월 만기일에 짐 빼고 아예 이 나라를 떠날까. 떠나서 지구 어디든 이 한몸 뉘일 곳 없으랴. 심란해 별별 생각 다 들었지만 병원에 계신 어머니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민하다 번뜩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며 "제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 붙여 문화상품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나. 도로시 파커가 살았던 뉴욕 호텔의 '도로시 파커 스위트'처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 서교동의 A 호텔 측에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최 시인은 메일에서 "A 호텔의 B 레스토랑을 사랑했던 시인 최영미입니다. 제안 하나 하려구요.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A 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A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A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제 페북에도 글 올렸어요. 갑작스런 제안에 놀라셨을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썼다.

마지막으로 최 시인은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한다. 수영장 있음 더 좋겠어요.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며 "이 글 보고 '여기 어때' 하면서 장난성 댓글 메시지 보내지 마세요. 저 한가한 사람 아녀요"라며 글을 마무리지었다.

최 시인의 메일에 대해 A 호텔 측은 오는 11일 구체적인 답변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씨의 공개 제안이 언론에 보도되자 일부 누리꾼은 "로망은 로망으로 끝냈으면 좋겠다", "시인도 '갑질'에 동참했네",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표현은 실망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최 시인은 지난해 5월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연간 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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