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국당 집회서 사라진 '태극기'…왜?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17.09.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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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박근혜 출당논의'로 한국당 변화오나

지난 4월3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거점유세(사진 위) 당시와 지난 9일 '5000만 핵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사진 아래)사진. 지난 4월에 비해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사진=뉴스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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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3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거점유세(사진 위) 당시와 지난 9일 '5000만 핵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사진 아래)사진. 지난 4월에 비해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사진=뉴스1



'태극기'를 든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일 문재인정부의 안보정책과 방송장악시도를 규탄하는 자유한국당 대국민 보고대회 참석한 지지자들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논의가 시작되면서 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코엑스앞 광장에서 열린 '5000만 핵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이곳은 지난 4월 제19대 대통령선거 기간 중 홍준표 당시 한국당 후보가 대규모 거점유세를 펼쳤던 곳과 같은 장소다.



두 집회의 차이점은 '태극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거의 비슷한 구도에서 찍은 사진만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난 4월30일 거점유세(사진 위) 당시에는 홍 후보를 중심으로 대형 태극기는 물론 작은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국민 보고대회(사진 아래)에서는 대형 태극기는 물론 작은 태극기를 안든 사람들을 오히려 더 쉽게 볼 수 있었다.

'태극기'는 한 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전유물이었다. '태극기부대'라는 별칭도 붙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의 상징이었던 '태극기'는 탄핵반대집회는 물론 한국당 전당대회, 한국당 대선후보 유세장소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탄핵과정에서 바른정당이 탈당하고 탄기국이 '새누리당'을 창당했어도 '태극기부대'의 주축은 한국당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탄핵사태로 중도보수 층이 지지할 곳을 찾지 못해 '반기문-안희정-황교안-안철수'로 옮겨다닐 때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15%(한국갤럽 2월조사)의 민심은 한국당의 '콘크리트'지지층이었다. 이 때문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쇄신을 위해 당의 사령탑에 앉은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이후 홍준표 대선후보도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홍 대표가 지난달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처음로 언급하면서 당내 분위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 혁신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주요 의제로 올려두고 시기와 절차 등의 논의에 착수했다. '혁신'하기 위해서는 구체제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구친박(옛 친 박근혜계)의원들을 중심으로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한다'는 반발도 만만찮다.

결국 전날 진행된 행사에서 태극기를 든 사람이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도 엇갈린다. 일부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가 이탈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당내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이 거론되면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민심이 당을 떠났다는 주장이다.


반면 일부는 지지층의 이탈이 아니란 시각을 내놓는다. 태극기 부대가 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단지 박 전 대통령의 상징적 의미인 태극기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하면서도 당의 쇄신을 위해 홍 대표의 구체제 청산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준 것이란 얘기로 해석된다. 한국당 당직자는 "홍 대표가 혁신을 위해 구체제와의 단절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당원들도 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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