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국내 기업들은 민주노총·한국노총이 제시하는 임금인상률과 경영자총협회에서 내는 가이드라인의 격차로 인해 파업 등 생산성 손실을 반복해왔다. 이번 SK식 임금 개편은 이런 손실을 줄이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전체 조합원 2517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놓고 찬반투표를 한 결과, 투표자 2274명(투표율 90.3%) 가운데 1673명(찬성률 73.6%)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호봉제로 인한 매년 자동승급분 약 2.7%를 제외하면 2013년에는 임금인상률 3.2%, 2014, 2015년은 동결, 지난해는 1.5%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2013년과 지난해 같은 경우는 물가상승률 1.31%와 1%보다 임금인상률이 높았지만, 유가 폭등으로 회사의 경영이 어려웠던 2014년과 2015년에는 2년 연속 임금이 동결돼 물가상승률을 밑돌았다.
최근 5년간 소비자물가지수의 연평균 상승률은 1.382%였고, SK이노베이션의 임금상승률(연공에 따른 자동승급분 제외)은 지난 5년간 1.175%로 물가상승률에 0.2%포인트 정도 못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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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의로 노조는 사측의 경영상황이 어려울 때도 전년도 물가 상승에 따라 다음해 임금 상승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고, 반대로 사측은 경영성과가 좋을 때는 과도한 임금 인상 부담을 덜고 이를 성과급으로 보전할 수 있는 윈-윈 교섭이 됐다는 평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그동안 임금협상시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분만큼 따라가진 못했다"며 "노사가 합의를 통해 교섭에 따르는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유럽은 이미 도입…물가 반영하면 평균 임금 0.5% 올라=이미 일부 선진국들도 물가와 연동한 임금체계를 실시하며 물가와 실질임금의 격차를 해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EU통계청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임금협상을 할 경우 평균 0.5% 수준의 인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은 1950년대부터 물가 상승분만큼 임금을 보전해주고 있고, 벨기에 역시 임금 물가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벨기에 근로자의 직장 만족도는 81%로 유럽 평균 65%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시 생산직을 대상으로 물가연동제를 실시한다. 반면 일본은 기업의 성장과 임금을 연동하는 유동적 임금체계를 적용한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또 근로자 임금체계도 근로자의 역량, 생산성의 향상도 및 생애주기별 자금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승폭을 조정하는 탄력적인 구조로 바꿨다.
근로자가 결혼과 자녀교육 등 지출이 많은 시기에 들어서면 임금 상승폭이 대폭 늘어나고,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드는 입사 30년차가 되면 임금 상승폭이 낮아지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