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공장 재개했지만…판매부진·일감부족 등 충격 여전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7.09.1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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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언론이 본 '베이징현대'…노동자 4시부터 퇴근…'반일감정↓ 반한감정↑' 판매 영향 불가피

베이징현대 현지 공장을 방문한 중국 온라인 매체 제멘(界面) 보도 갈무리. 베이징현대 현지 공장을 방문한 중국 온라인 매체 제멘(界面) 보도 갈무리.


"지금 공장 가동 중인가요?" "그걸 왜 물어보죠? 또 말 걸면 보안을 부르겠어요."

중국 온라인 매체 제멘(界面)이 이달 초 중국 베이징 현대자동차 공장을 찾아 가동 상황을 묻자 현지 관계자가 보인 예민한 반응이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현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판매 부진과 부품업체와의 납품대금 미지급 문제 등으로 지난달 말부터 공장 4곳의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이달부터는 안정된 모습이지만 판매 부진으로 인한 충격은 계속되는 듯했다.



◇ 일감 부족 여전…노동자 오후 4시면 퇴근 시작

제멘은 "주차장이 가득 차 있고 물류 차량이 드나드는 모습을 보면 베이징현대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건 분명 맞다"면서도 "공장 주변 주민과 노동자의 말을 들어보면 확실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베이징현대 제1공장에서 장사를 하는 한 주민은 "지금은 (공장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별일 없는데도 이틀간 쉬기도 한다"며 "어떤 때는 한 달에 20여 일만 일하고, 심할 때는 한 달에 1주일만 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가 훌쩍 지나고 점심시간이 되면서 베이징현대 1공장 노동자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제2, 3공장은 점심시간에도 조용했다. 물류 차들이 가끔 드나드는 것을 제외하면 낮 12시 반의 오후 휴식시간에도 사람의 자취를 찾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9월은 자동차 공장의 가장 바쁜 시기지만 베이징현대 공장 노동자들은 오후 4시가 넘어가자 퇴근하기 시작했다. 5시에는 대부분 노동자들이 쏟아져나왔다.


베이징현대 공장의 일감부족 현상은 올해 갑자기 나타난 건 아니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조짐이 나타났다. 중국신문주간은 "베이징현대 1공장의 가동 중단이 이번이 처음이 아닐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제3공장의 한 노동자는 "올해 업무가 지난해와 비슷하다"면서 "바쁠 때도 안 바쁠 때도 있는 것이고, 9월부터는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산한 모습의 베이징현대의 중국 공장 모습. /사진=제멘 보도 갈무리한산한 모습의 베이징현대의 중국 공장 모습. /사진=제멘 보도 갈무리
◇ 판매대리점도 어려움…가격 대폭 할인해도 손님 드물어

베이징현대 공장뿐 아니라 판매대리점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2일 오후 베이징 하이딩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의 한 4S점(판매, 부품, 정비, 서비스 제공하는 브랜드 대리점)은 평소라면 가장 붐빌 시기이지만 이날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이 4S점 관계자는 "올해 3, 4월부터 실적이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화샹챠오의 다른 4S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3일 오전 현대차를 알아보기 위해 방문한 고객은 2명에 불과했다. 손님보다 직원이 훨씬 많았다.

베이징현대차의 4S점들은 최근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판매원은 "현재 손해를 보면서 차량을 팔고 있는 상황"이면서 "링둥(4세대 아반떼)은 지난해 6000~7000 위안(약 261만 원) 할인에서 1만5000 위안으로 할인폭이 커졌으며, 랑둥(3세대 아반떼)은 지난해 2만 위안 할인에서 올해 2만8000 위안(488만 원)까지 혜택이 커졌다"고 말했다.

가격까지 대폭 할인했지만 판매는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베이징현대 판매점들의 하소연이다. 판매점들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은 100~200대 정도였지만 올해 2~4월에는 월간 40대에 그쳤다. 실제로 베이징현대의 올해 1~7월 판매량은 35만1000여대로 지난해의 59만2000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제멘은 "한국계 차들은 그동안 일본계 자동차의 대체품 역할을 하면서 중국의 반일감정을 이용해 최근 몇 년 간 판매가 급증했다"면서 "하지만 반일감정이 줄어들고 일본 차가 판매를 회복하면서 한국계 차들의 판매가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차들은 상품이 단순하고 안전장비 등도 시대에 뒤떨어졌다"면서 "한국계 자동차업체들이 중국시장을 낙후된 곳으로 보는 상품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중국 소비자들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빌미로 한국차를 외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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