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허리케인 연타 '비상'…FRB 긴축에도 변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9.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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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하비' 이어 플로리다엔 더 강력한 '어마'…고용·물가지표 변동성↑ FRB에 부담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고속도로가 허리케인 '어마' 상륙을 앞두고 텅 비어 있다./AFPBBNews=뉴스1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고속도로가 허리케인 '어마' 상륙을 앞두고 텅 비어 있다./AFPBBNews=뉴스1


허리케인이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텍사스주를 강타한 '하비'에 이어 더 강력한 '어마'가 플로리다주를 사정권에 두면서 적어도 올해 말까지 허리케인 파문이 이어질 전망이다. 피해복구 과정에서 손실을 만회할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되지만 허리케인 충격에 따른 고용·물가 지표의 변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 운용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2주 전 텍사스주에 상륙한 하비는 이미 미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9만8000건(2일 기준)으로 전 주에 비해 6만2000건(2일 기준) 늘었다. 주간 증가폭으로는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지역을 휩쓴 2012년 11월 이후 최대였다. 전체 증가분의 96%가 텍사스주에서 나왔다.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추이(단위: 천건, 주황색은 4주이동평균)/자료=블룸버그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추이(단위: 천건, 주황색은 4주이동평균)/자료=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비의 충격이 고용지표에 반영된 건 이제 시작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허리케인이 잦아들길 기다렸다가 수당을 청구하러 나서는 이들이 많아서다. 5년 전 샌디는 물론 2005년 '카트리나' 때도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2주 사이에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절정에 달했다. 마켓워치는 어마의 충격이 맞물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0만 건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졌다. 텍사스주 휴스턴 일대의 정유시설이 가동을 멈추면서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미국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2.67달러로 한 달 전의 2.35달러에서 17% 올랐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에너지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이른다. 휘발유가 이 중 절반을 차지한다.

휘발유 값이 뛰면 자동차 없이 살기 어려운 미국인들은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한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중추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 값 상승으로 올해 말까지 미국의 소비지출이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어마는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상승 압력을 더 높일 전망이다. 플로리다주는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과일과 야채를 많이 생산한다. 오렌지와 토마토 등이 대표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한 해 생산액이 약 12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오는 14일과 15일에 각각 발표되는 미국의 8월 CPI, 소매판매 지표에 하비의 영향이 반영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초 허리케인의 경제적 충격이 3분기로 끝날 것으로 봤다. WSJ와 블룸버그 등의 설문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하비의 충격이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을 0.3%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4분기에는 하비의 영향이 미미하고 내년 1분기에는 피해 복구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로 성장세를 만회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하비보다 훨씬 강력한 어마가 뒤따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9일 어마 상륙에 대비해 630만 명에게 대피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CBS방송을 통해 "어마는 살인자(killer)"라며 시민들에게 만반의 대비를 당부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최근 하비 피해를 복구하는 데 최대 180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는데 뉴욕타임스(NYT)는 어마의 피해 규모가 2000억 달러 이상일 수 있다는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분석을 소개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들이 어마로 인해 미국 경제의 허리케인 충격이 4분기로 이어지게 됐다며 일부 부문은 내년 상반기에나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마켓워치는 고용 등 일부 여건이 한 두 달 사이 경기침체 수준으로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피해복구 활동이 결국 미국 경제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을 것으로 낙관한다. 윌리엄 더들리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8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회견에서 "푹풍우 피해를 입은 모든 걸 재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재난은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을 늘린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케인 충격이 FRB의 통화정책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반면 허리케인이 FRB의 통화정책 고민을 더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민감한 시점에 FRB가 주목하는 고용·물가지표의 변동성이 커지게 됐다며 내년에야 지표에서 허리케인 영향이 완전히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FRB의 금리인상 행보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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