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또 바뀐 네비게이터 펀드…수익률 꼴찌 추락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7.09.0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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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본부장 이어 민상균 팀장 사의…올들어 수익률 6% 그쳐

펀드매니저 또 바뀐 네비게이터 펀드…수익률 꼴찌 추락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간판펀드인 네비게이터 펀드가 올해만 두 번째 펀드매니저를 교체했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바뀌는 과정에서 수익률이 뒤처져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꼴찌 수준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박현준 전 코어운용본부장 퇴사로 네비게이터 펀드의 운용을 이어받은 민상균 주식운용팀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민 팀장이 2014년부터 코어운용본부에서 박 본부장과 호흡을 맞춰온 만큼 네비게이터 펀드를 운용할 적임자로 판단했지만 4개월 만에 또다시 펀드매니저 이탈 위기를 맞게 됐다. 현재 네비게이터 펀드는 이상민 주식운용본부 부장이 운용 중이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빈번한 펀드매니저 변경 후유증으로 국내 증시 강세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5월부터 전날까지 이 펀드의 수익률은 0.40%에 그쳐 같은 기간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가운데 최하위권(하위 6%)을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 5.63%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6%에 불과해 코스피 상승률 14.9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내 액티브 주식형 가운데 하위 12%에 해당 되는 성적이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매년 중상위권 성과를 꾸준히 유지해오던 펀드였다. 업계에선 박 전 본부장이 퇴사한 이후 코어운용본부가 해체되고 코어운용본부 소속 펀드매니저들이 이영석 상무가 이끄는 주식운용본부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기존 운용 철학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기존 코어운용본부에서 운용되던 펀드 대부분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패스파인더 펀드는 2014년부터 운용하던 민 팀장에서 변두진 차장으로 펀드매니저가 변경되며 5월 이후 -2%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박 전 본부장과 민 팀장이 공동운용하던 한국투자골드플랜네비게이터연금전환형 펀드는 현재 김대식 차장이 담당하는데 같은 기간 수익률이 1.35%에 그쳤다.


펀드매니저 교체에 수익률 악화까지 겹치자 펀드 자금 유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네비게이터 펀드는 △2012년 987억원 △2013년 3330억원 △2014년 3782억원 △2015년 2661억원 △2016년 1741억원이 빠진데 이어 올 들어서도 3710억원이 순유출됐다.

특히 박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한 4월에만 1160억원이 감소한 것을 포함해 5개월여 동안 2262억원이 환매됐다. 이에 따라 한 때 2조원을 넘었던 설정액이 지난해 1조원대로 줄어든데 이어 1년여 만에 다시 반토막 수준인 61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핵심 펀드매니저의 잇따른 퇴사는 펀드 운용에 큰 차질을 미칠수 밖 에 없다"며 "환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에셋플러스자산운용도 대표펀드인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를 운용하던 최광욱 전 전무가 지난해 2월 퇴사한데 이어 한세웅 전 이사가 올 1월 나가며 대규모 환매가 일어났다. 이 펀드에선 지난해 2월부터 매달 자금 순유출이 이뤄져 8000억원이 넘던 설정액이 256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한편 네비게이터 펀드를 비롯한 삼성그룹주 펀드 등 보수가 높은 주식형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지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수익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공모형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5조5812억원에서 현재 4조2478억원으로 1조3334억원 감소했다. 영업수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펀드 운용보수는 올 상반기 33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억원 감소했다. 펀드 운용보수는 2014년 687억원, 2015년 708억원, 2016년 693억원으로 3년간 정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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