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은 비단 드라마 속 얘기만은 아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폭력으로 8367명이 검거됐다. 전년(7692명) 대비 8.8% 늘어난 수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피해자만 233명에 이른다. 매년 평균 47명이 과거 또는 현재 연인의 손에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에도 경기 남양주시에서 남자친구로부터 폭행당해 뇌를 심하게 다친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진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 범죄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연인간 집착에서 비롯된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돼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구류(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동안 구치)되는 등 처벌수위가 경미하다. 살인이나 성폭행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는 한 데이트폭력을 둘만의 사적인 '사랑싸움' 정도로 여기는 문화 탓이다.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데이트폭력 신고체계 구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동시에 피해자의 신변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한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경찰서장이나 검사가 법원에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청구하도록 조항을 마련했다. 스토킹범죄와 관련한 법안에도 피해자 신변안전 조치에 대한 사항이 명시돼있다.
표 의원은 가해자 처벌을 위한 법안은 별도로 발의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교제관계에 있었던 상대방에게 상습적으로 특수폭행, 특수상해 등 범행을 저지른 사람은 가중처벌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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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엘'(theL)과의 전화 통화에서 "과거처럼 과잉입법 논란이나 구체성 결여 등 입법기술적인 문제로 법안 통과가 어려웠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면밀히 분석한 끝에 보호절차 관련법과 처벌법을 분리시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법 제·개정 움직임이 꾸준히 있었으나 관련 법안은 줄줄이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표 의원은 "더이상 '사랑싸움' '사적인 문제' 등 상처가 되는 말들로 공권력이 피해자로부터 뒤돌아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우리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데이트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기준 마련과 피해자 보호의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선영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는 "상담을 하다보면 데이트폭력 피해자들의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며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하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한 폭력도 가볍게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며 "연인 사이 데이트폭력은 부부가 된 이후엔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에 앞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을 지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현행법 아래에서도 데이트폭력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데 그동안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다는 점 때문에 수사기관이 대수롭지 않게 인식해온 것이 문제"라며 "담당자들이 사건 처리에 경각심을 가지고 임한다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도 충분히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정을 하나의 법으로 통일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정이 여러 처벌법에 흩어져 있다"며 "이를 한데 모아 완결된 형태의 절차보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