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긴 금호타이어 매각…박삼구 "정상화에 최선"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7.09.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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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업 매각 및 유상증자 등 다각도 검토...中 더블스타의 과도한 욕심도 문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김남이 기자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김남이 기자


금호타이어 (4,480원 0.00%) 매각이 결국 상처만 남기고 사실상 무산됐다. 매각이 진행된 1년 사이 금호타이어는 적자로 돌아섰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의 갈등은 깊어졌다. 재매각보다는 금호타이어 정상화가 우선인 상황이 됐다.

박삼구 회장은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사옥으로 출근하던 길에 기자들을 만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성의있게 어떤 방안이 회사에 도움이 될지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유를 막론하고 실적이 나쁜 것은 내가 책임이 있는 부분"이라며 "(채권단 요구안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실적 악화의 책임을 인정하고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상처만 남긴 금호타이어 매각…박삼구 "정상화에 최선"
◇1.3조 채권 연장이 핵심…中 사업 구조조정도 검토=
박 회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중국 사업 매각과 유상증자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중국사업은 합작을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우선 상대가 있어야 한다"며 "(중국 여신상환 압박 등에 대해서는)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 50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558억원 이익)와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사실상 현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금성 자산은 698억원에 불과하다.

올 2분기 타이어 업황 부진도 원인이지만 매각 과정의 잡음도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박 회장은 "매각 과정에서 회사가 어려워졌다"며 "언론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누가 우리와 거래를 하겠냐"고 토로했다.

실제 영업 일선의 어려움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차용타이어 공급의 경우 신차 출시 2~3년 전에 계약을 진행하는데, 매각 과정이 길어지며 계약이 제대로 체결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연구 및 영업인력이 회사를 떠난 것도 큰 손실이다.


특히 9월말로 상환시기를 늦춘 채권 1조3000억원의 만기 연장이 회사 정상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자구안을 요청한 것도 만기연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도 채권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채권단의 협조 없이는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며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겠으나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中 더블스타 욕심도 매각 무산의 원인=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의 1차적인 책임은 상표권 협상을 매듭짓지 않은 채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한 산업은행과 이를 빌미로 지연전략에 나섰던 박 회장 측에 있다는 평이다. 매각이 빨리 진행됐다면 지연에 따른 부작용이 덜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채권단이 타이어업황을 제대로 전망하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실적악화가 더블스타가 매각가 인하를 요구하는 직접적 원인이 됐는데, 업황 악화로 국내 타이어 3사 모두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5% 이상 떨어졌다. 실적이 악화될 경우 더블스타에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더블스타의 욕심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채권단이 상표권 사용에 따른 차액(2700억원)을 보전해준다고 약속했으나 매각가 1550억원 인하를 요구했고, 3분기 실적악화 시 추가로 800억원을 더 깎아달라고 했다.



상표권 보전료와 더블스타 인하 요구(2350억원)를 모두 들어주면 채권단이 회수하는 금액은 450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우발채무로 인한 손해배상 한도(1550억원)를 감안하면 회수금은 2950억원까지 줄어든다.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주식 원가(3318억원)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채권단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요구했다"며 "매각이 무산돼도 더블스타는 실사금액 보전과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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