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한·미FTA, 폐기 아닌 개정 원한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9.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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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미 FTA 폐기' 입장서 물러나…북핵 위협·美정재계 반발 영향인 듯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AFPBBNews=뉴스1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AFPBBNews=뉴스1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방침을 재확인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이날 기자들에게 한·미 FTA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협상을 계속하는 데 집중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재협상 2차 회의를 위해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를 방문한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재협상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의 향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과 성공적인 논의를 하고 우리 관점에서 보는 협정의 문제가 잘 풀리는 게 나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이날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움직임과 어긋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그가 한·미 FTA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 내용을 인정하며 한·미 FTA 폐기 문제는 "많이 생각해온 일"이라고 밝혔다. W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FTA 폐기를 위한 백악관 내부의 준비가 많이 진척됐으며 이르면 이번 주에 공식적인 폐기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FT는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전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 3일 핵실험을 감행해 한반도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동맹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한·미 FTA 폐기 카드를 밀어붙이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미국 정계와 재계의 반발도 거셌다.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와 하원 세입위원회의 양당 지도부는 이날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북한의 최근 핵실험이 또 한번 미국과 한국의 강력한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줬다"며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등) 2명의 대통령 아래 협상하고 의회가 승인한 한·미 FTA는 양국 동맹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 상공회의소의 톰 도너휴 회장도 이날 낸 성명에서 "(한·미 FTA 폐기는) 미국의 일자리를 단 하나도 못 만들고 많은 비용만 초래할 것"이라며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FT는 미국 상공회의소의 이번 성명이 이례적일 만큼 매우 직설적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을 폐기하거나 재협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연간 500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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