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트럼프 리스크에 中위안화 안전자산 부상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9.0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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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올해 아시아 최고 통화 부상…증시고공행진+中당국 위안화 가치 유지 기대감도

위안/달러 환율 추이(단위: 달러당 위안)/자료=블룸버그위안/달러 환율 추이(단위: 달러당 위안)/자료=블룸버그


북한의 핵 위협 속에 중국 위안화가 '안전자산'으로 부상했다.

블룸버그는 6일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지 2년 만에 위안화가 아시아지역 최고 통화가 됐다며 위안화가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의 강세를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든, 미국 백악관의 기능 마비든, 위안화를 사라며 위안화가 마치 안전자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그동안 달러와 엔 등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다. 그러나 달러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약세를 띠고 있고 엔화는 일본이 북핵 위협에 노출되면서 안전자산 지위를 의심받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정부의 통제로 자본유출이 억제됐고 중국과 홍콩증시가 고공행진하며 위안화 자산의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 당국이 다음 달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위안화 가치를 떠받칠 것이라는 관측도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스탠다드차타드, 크레디트아그리콜CIB, 미즈호 등 글로벌 은행들도 일제히 올해 말 위안화 값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관측 속에 위안화를 안전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강세가 두드러진 건 무엇보다 트럼프라는 뜻하지 않은 원군 덕분이라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성장 공약에 대한 의심이 달러 약세를 부추기면서 위안화 값을 띄어 올렸다는 것이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9% 떨어지며 2015년 초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제재를 벼르지만, 투자자들이 실현 가능성을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헤이든 브리스코 UBS 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채권 부문 책임자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제한하면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 가격이 올라 미국 소비자에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제지표도 긍정적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보유외환이 당국의 자본통제와 맞물려 위안화가 신흥시장 주요 통화 가운데 더 꾸준한 강세를 띨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루이스 쿠지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아시아경제 책임자는 "글로벌 위험 요인이 고조된 시점에 위안화는 다른 신흥시장 통화보다 덜 취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위안화가 엔화와 같은 안전자산 통화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자체의 취약성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개입이 잦은 중국 정책당국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인민은행이 2년 전 갑자기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게 대표적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광범위한 제재를 가하거나 달러 가치가 갑자기 급등할 경우에도 위안화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에서도 최근 위안화 향방을 둘러싼 불안이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위안화 옵션에 나타난 1개월 위안/달러 환율 변동성이 전날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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