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직장도 선후배…자매의 '동고동락'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7.09.04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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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입사 1년 선후배' 삼성엔지니어링 현지윤·정윤 자매

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 중인 현지윤(오른쪽)·정윤 자매/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 중인 현지윤(오른쪽)·정윤 자매/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


“어릴 때는 싸우기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싸울 일이 없어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요.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회사 얘기할 때죠. 말이 너무 잘 통하거든요.”(웃음)
 
현지윤(31)·정윤(29) 자매는 나란히 같은 대학, 같은 과(중앙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회사(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 언니가 대학은 2년, 회사는 1년 선배다. 물론 초·중·고교도 같이 다녔다. 형제자매가 같은 초·중·고교를 다니는 경우는 흔하지만 대학과 전공, 회사까지 같은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적으로 여학생, 여직원이 적은 공대, 엔지니어링업체에선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신기하네요. 제가 언니를 너무 따라다녔나 봐요.”(정윤씨)
 
외모부터 취향까지 너무 닮아 부딪칠 게 없다는 지윤·정윤씨, 늘 붙어다닌 자매는 공부부터 취미까지 관심사를 공유했고 그러다 보니 둘은 어느새 직장동료가 됐다. 이렇듯 둘도 없는 자매 사이지만 일에서만큼은 서로에게 더욱 엄격하다.
 
현재 언니 지윤씨가 맡은 업무는 ‘공간설계’다. 플랜트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배관 구성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외력 상황에서 배관의 안전도를 분석·검증하는 ‘응력해석’(stress analysis)이 주업무다.
 
동생 정윤씨는 소방설계를 담당한다. 화재예방과 발생시 대응시스템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업무다. 위험물을 다루는 화공플랜트 설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동생이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안 있어 국내 현장근무를 나갔고 저도 담당업무는 다르지만 그 프로젝트에 관여하게 됐죠. 어느 날 프로젝트 현장에서 동생을 만났는데 가르쳐줄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동생에게 많이 배웠죠.”(지윤씨)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가족의 존재는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도 됐다. 서로에게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업무 하나하나를 더 꼼꼼히 처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어졌다.
 
“맡은 업무가 달라 직접 비교될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조금 조심스러워지는 측면이 있죠. 서로 연관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요.”(정윤씨)
 
지윤씨는 워킹맘으로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 남성문화가 강한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서 워킹맘으로 일하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럴 때마다 정윤씨의 존재가 더욱 고맙다.
 
“회의나 업무로 퇴근이 늦어질 때 동생이 ‘제2의 엄마’ 역할을 해줘요. 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부탁하기도 수월하고. 그럴 때마다 엄청난 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지윤씨)
 
지윤씨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해외파견 근무를 지원할 계획이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린 설계가 프로젝트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입사 때부터 그린 목표 중 하나다.
 
정윤씨는 요즘 자격증 공부에 매진한다. 엔지니어링설계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게 꿈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같은 해외현장에서 언니와 함께 일해보고 싶다.
 
“싸우지 않는 비결이요? 먼저 서로를 인정하고 나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배울 점만 가득하더라고요. 자매는 클수록 더 친해진다고 하던데 앞으로도 싸울 일은 없을 것같아요.” 함께 있으면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는 한결같은 지윤·정윤씨다.
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 중인 현지윤(왼쪽)·정윤 자매/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삼성엔지니어링에 근무 중인 현지윤(왼쪽)·정윤 자매/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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