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 굴레방길 30년 노점상의 눈물…"왜 우리만"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2017.09.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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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구 노점상 정책 제각각 달라…서울시의회 "전통시장부터 가이드라인"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억울하지. 다른 데는 놔두고 우리만 나가라고 하니까."

서울 마포구 아현동 굴레방길에서 야채 노점상을 하는 정모씨(81)는 1년째 '버티기' 중이다. 마포구청은 지난해 8월부터 노점상 철거에 나섰다. 인근에 들어선 새 아파트 주민들 민원 때문이다. 노점 탓에 도로가 좁아 차도 사람도 다니기 불편하다는 이유다.

아파트 주민 이모씨(41)는 "초등학교 앞에 노점이 있기 때문에 교육 환경이나 미관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래도 30년째 지켜온 자리를 떠날 수 없다. 마포구청은 지난달 28일에도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시도했지만 정씨는 버텼다. 이달 1일에도 아침부터 정씨는 구청을 찾아 노점을 치울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왔다.

정씨가 버티는 동안 이 거리의 26개 노점 중 16개가 떠났다. 정씨는 "보상을 해줄 때까지는 절대 나갈 수 없다. 먹고 살 길이 없다"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떠난 상인도 보상을 받은 건 아니다. 20년간 굴레방길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했던 A씨(63)는 구청 권고로 지난해 7월 아현시장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A씨는 "자리를 옮기라고 해서 시장 안으로 들어왔는데 인테리어 비용 등 2000만원 가까이 들었다"며 "보상이나 지원을 받지 못한 데다 장사도 안되니 힘들다"고 말했다.

아현동 노점삼들이 가장 억울한 부분은 형평성 문제다. "(서울 안) 다른 노점들은 장사만 잘한다던데"라고 입을 모은다.

1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굴레방길에서 노점상인이 손님에게 물건을 팔고 있다./사진=이보라 기자1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굴레방길에서 노점상인이 손님에게 물건을 팔고 있다./사진=이보라 기자

서울시는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구별로 자체 관리를 맡겨왔다. 현재 서울에서 대규모 강제 철거가 진행 중인 곳은 아현동 굴레방길을 비롯해 용산구 전자상가 인근과 송파구 석촌시장 인근 등 3곳이다.

대부분 통행 불편 민원이나 도로 건설을 이유로 철거가 집행된다. 이외에도 양천구, 관악구 등 대다수 자치구가 노점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단속에 나선다. 생계가 어렵거나 오래된 노점은 일부 허가를 내주거나 계도에 그치기도 하지만 과태료 등을 부과하고 철거하는 비중이 더 높다.



반면 노점이 밀집된 중구와 종로구, 동대문구 등은 실명제 도입과 거리가게 특화거리 조성 등 양성화 정책으로 대다수 노점을 합법화했다. 이들 지역의 대다수 노점상은 구청의 행정지도로 판매대를 통일하고 위치를 옮기거나 공시지가와 면적에 맞는 도로 점용료를 내며 영업한다.

구별로 상황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는 등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올해 안에 통합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노점상단체와 입장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3년 12월부터 '서울시 거리가게 상생 정책 자문단'을 만들어 이해관계자들과 기본적 가이드라인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노점상단체와 입장 차로 합의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가이드라인 수립이 늦어지자 서울시의회도 나섰다. 전통시장 안에 있는 노점상이라도 우선 실태를 조사하고 관리 계획을 먼저 세우자는 주장이다. 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할 때 예산 지원을 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지난달 강감창 시의원(자유한국당·송파4)이 대표 발의한 '전통시장 거리가게 관리 등에 대한 조례안'이 검토 중이어서 조만간 전통시장 안 노점상부터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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