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패소…기아차 "1조 부담, 즉시 항소"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김남이 기자, 김성은 기자, 심재현 기자 2017.08.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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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재계 "허탈, 유감… 상급심서 신의칙 인정 등 심도 있게 판단해달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31일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노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노조측 관계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스1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31일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노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노조측 관계자들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스1


기아자동차가 31일 통상임금 1심 판결에서 노조가 일부 승소한 것과 관련, '즉시 항소' 입장을 밝혔다. 또 회사가 부담해야할 금액이 1조원 내외이며, 3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계와 재계에서는 '허탈하다',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아차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법원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 청구금액 대비 부담액이 일부 감액되긴 했지만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특히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며,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 즉시 항소해 법리적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판결 결과에 따른 사측 실 부담 잠정액 관련 "실제 부담할 잠정 금액은 총 1조원 내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1심 판결 금액 4223억원은 2만7424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3년 2개월간의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해달라는 부분에 대한 판단금액"이라며 "대표소송 판결금액을 기아차 전체 인원으로 확대 적용시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3년분 △소송 제기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14년 11월부터 2017년 현재까지 2년 10개월분 등 총 5년 10개월분을 합산하고 △여기에 집단소송 판단금액 4223억원을 더하면 기아차는 잠정적으로 1조억 내외의 실제 재정부담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1심 판결금액의 약 3배에 달한다.



소 제기일부터 법정이자와 연장∙휴일∙심야근로수당, 연차수당 등의 인건비 증가 및 이에 따른 퇴직충당금 증가분,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의 법정비용 증가분 등도 포함됐다.

기아차는 3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차는 "판결결과에 따라 실제 부담 잠정금액인 1조원을 즉시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며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지난 상반기 7868억원, 2분기 4040억원인 현실을 감안할 때, 3분기 영업이익 적자전환은 불가피하다"며 "지난 상반기 기아차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4% 급락했으며, 영업이익률도 3%로 하락했다. 2010년 이후 최저실적이며, 중국 사드 여파 등으로 인한 판매급감 등에 더해 충당금 적립으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향후 노사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오늘 판결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노사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여 주면서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노사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3조원이 넘는 우발채무를 지게 돼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다"며 "이것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역시 '유감'을 표시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그간의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와 사회적 관례, 정부의 행정지침, 그리고 기아차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상급심에서는 통상임금 사안에 관한 그간의 실체적 진실과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의 경영과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에 대한 중대한 위기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의칙 인정 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추가 인건비 상승부담이 유발되지 않도록 판결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의 거센 추격, 한미 FTA 개정 가능성 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데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치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기아차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일비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를 근거로 기아차 측이 2011년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금액으로 원금 3126억원, 지연이자 1097억원 등 총 4223억원을 인정했다. 이는 노조측이 청구한 1조926억원의 38.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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