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허리케인 하비, 태평양을 건너다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7.08.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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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 불구 정제마진 강세 전망에 SK이노베이션·S-Oil 52주 신고가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태평양을 건너 코스피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30일 코스피 시장에서 정유주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S-Oil (74,000원 ▼2,000 -2.63%)이 각각 19만7500원, 13만2000원을 터치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SK이노베이션우 (76,900원 ▼200 -0.26%) S-Oil우 (48,600원 ▼100 -0.21%)를 비롯해 LG화학우 (61,400원 0.00%)도 이날 52주 신고가 경신 행진에 동참했다.

◇하비, 휘발유 공급부족 우려=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1% 하락한 45.96달러를 기록하며 6주만에 46달러를 하회했다. 통상 원유 생산 지역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 이번에는 뭔가가 다르다.



바로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멕시코만 일대 정제설비 및 화학제품 생산설비 가동 중단이 지속되면서 가솔린(휘발유) 선물가격이 2015년6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이는 멕시코만(텍사스주)의 정제설비 처리 능력이 미 전체 정제설비 처리 능력의 30% 수준이라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비해 원유 생산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정제설비 처리 능력 감소에 대한 우려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하비로 정제설비가 타격을 입으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재고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휘발유는 공급부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엑손모빌 아람코 등 멕시코만 정제시설의 85%가 하비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휘발유 가격 강세와 미국 정제마진 상승 등으로 아시아 정제마진 역시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정유주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신규 설비의 원료 수급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북미 신규 ECC(에탄분해설비) 가동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는 아시아 석유화학 업체들의 수익 모멘텀을 강화시킬 전망이다.

전유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잇는 만큼 이번 공급이슈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은 미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하반기(7월) 이후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전일 기준으로 각각 17.4%, 34.5% 상승, 정유업황에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상태로 차익실현 부담이 존재할 수 있지만 단기 주가 조정시마다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씨티, 3Q 美 GDP 성장률 0.1%p 하향조정=시장 일각에서는 하비가 미국의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당시 미 경제 피해규모는 1080억달러로 허리케인 피해 중 최악이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하비로 인한 피해규모가 510억~750억달러로 추정하고 있으며 가디언지는 최대 1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피해 추정은 하비 피해가 미 남부 중 텍사스를 주로 강타한 데 있다. 텍사스는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미국 GDP 기여도 2위주다.

이에 따라 각 글로벌 IB(투자은행)는 하비로 3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앞서 0.1%포인트 하향조정했으며 골드만삭스는 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하비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4분기 미 경제에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허리케인 피해규모가 가장 컸던 카트리나와 샌디로 미 경제가 일시적인 충격을 받긴 했으나 이후 복구 수요로 미 경제는 정상화됐고 이전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카트리나 영향으로 실물지표들이 이전 추세로 돌아오는데 최대 3개월 정도가 소요됐다는 점에서 하비는 4분기 미 경제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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