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증권사,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크라우드펀딩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7.08.31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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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네트워크 부족해 한계…미래 IB수익 연결고리 기대 중장기적 투자로 접근

중소 증권사,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크라우드펀딩


중소형 증권사가 스타트업(창업 벤처기업)의 새로운 자금줄인 '크라우드펀딩' 중개에 나서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은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벤처기업과 관계를 구축해 향후 IPO(기업공개)시 주관업무 등을 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분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현재까지 총 221건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16억원을 스타트업에 조달했다. 이 중 증권업계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86억원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의 창업 및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온라인을 통해 소액의 투자자를 모집하는 걸 말한다. 투자자 모집을 맡은 중개기관으로 와디즈와 같은 전문업체뿐만 아니라 중기특화증권사로 등록한 IBK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KTB투자증권·키움증권·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도 참여하고 있다.

증권업계 실적은 크라우드펀딩 전문 중개업체인 와디즈(128억원) 한 곳에도 못 미치는 성과다. 상대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태에서 뒤늦게 출발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상장기업이나 상장을 앞둔 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생소한 분야"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네트워크를 다지고 기업정보를 축적해야 의미 있는 실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이 지난해 6월 첫 영화 크라우드펀딩인 '인천상륙작전'(5억원)을 비롯해 16건, 43억9000만원을 조달하며 증권업계 중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15건, 16억3000만원) 유진투자증권(9건, 11억원) 키움증권(4건, 10억8000만원) KTB투자증권(3건, 5억2000만원) 등도 스타트업 자금 조달 중개에 나섰다.

하지만 건당 펀딩 금액이 1~2억원 수준에 그치고 실적도 미미해 증권사 수익성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펀딩 성공률은 평균 50~60% 수준이다. 목표금액 모집에 성공했을 경우 중개기관은 펀딩 금액의 5% 가량을 보수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우드펀딩으로 100억원을 조달해야 증권사로 떨어지는 수익이 5억원 남짓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크라우드펀딩이 향후 해당 기업의 IPO나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시 주관업무를 맡는데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실제로 IBK투자증권이 지난해 9월 크라우드펀딩으로 7억원을 조달한 에스와이제이는 올 5월 코넥스에 상장했다. IBK투자증권은 크라우드펀딩을 담당했던 인연으로 에스와이제이의 코넥스 상장 지정자문인을 맡았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벤처기업 투자회사인 벤처캐피탈도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시장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그는 "에스와이제이의 경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맺은 인연으로 코넥스 상장 지정자문을 맡았는데 내년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크라우드펀딩이 IB 실적 증대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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