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준수를 강제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과 실효성이 낮고 일자리 감소란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기업이 저지른 불법 때문에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기업에게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8개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 있다. △하도급법 △대리점법 △가맹사업법 △제조물책임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 이용·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기간제·단시간근로자 보호법 등이다. 이들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최저임금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면 여기에도 최대 배상액은 피해액의 3배로 설정될 공산이 크다.
김 장관이 최저임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방침을 밝힌 것은 이처럼 낮은 최저임금 준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벌금보다 더 높은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될 경우 기업 입장에선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을 경우 급여를 덜 줘서 얻는 이익보다 징벌적 손배배상으로 입을 수 있는 손실이 더 크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 같은 논리로 최저임금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강정규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는 "불법행위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너무 가볍게 판단하는 현재의 판례 경향을 볼 때 이 제도의 도입을 통해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최저임금 자체가 기업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될지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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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혁규 변호사(도언 법률사무소)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결국 소송을 거쳐야 하는데 일반 근로자가 최저임금을 받겠다고 소송을 걸기가 쉽지 않다며 "대부분 받아야 할 임금은 소액인 반면 변호사 비용은 부담이 큰데다 통상 판결을 받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 문제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것을 두려워하는 기업 또는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려 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기업 임원은 "최저임금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할 경우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직장이 사라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임금 부족분을 선지급하는 등의 대안도 제시됐다. 한 변호사는 "정부에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한 금액을 우선 지급한 뒤 기업에 과태료를 부과해 재원을 충당하는 등의 제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방안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달리 소송을 거치지 않아 근로자 입장에서 비용과 시간을 모두 절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