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에 자금 몰리니…증권사 "스팩 합병 기업 찾기 어려워"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2017.08.2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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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합병 원하는 기업보다 만기 앞둔 스팩 더 많아"

"스팩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아 걱정이다.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아 기존 일반 공모 상장을 준비했던 기업을 대상으로 합병을 추진해야 하는데 최근 공모주 시장에 자금이 몰려 스팩 합병을 권하기가 쉽지 않다."(중소형 증권사 IB업무 담당자)

증권사들이 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스팩) 만기일을 앞두고 마땅한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미제출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은 스팩은 하나머스트3호스팩, 케이티비스팩1호, 현대에이블스팩1호, 대우스팩2호 등 4개다.

공모주에 자금 몰리니…증권사 "스팩 합병 기업 찾기 어려워"


스팩은 직상장이 어려운 소규모 회사의 상장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2009년 도입됐다. 공모절차를 통해 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증시에 상장한 뒤 적정 기업가치의 합병 대상 기업을 찾는 방식이다.



스팩은 상장 후 2년 6개월 경과시점까지 합병 대상 기업을 찾아 거래소에 상장심사 청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한 달 동안 상장대상 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스팩은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공모자금을 되돌려주지만 아예 손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 등 발기주주로 참여한 투자자들은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영업비용, 회계감사비, 상근 임원 인건비 등을 비용으로 제외한 나머지 투자액만 돌려받는다. 또 합병 이전 스팩의 경우라도 주가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시기에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라면 원금 대비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스팩합병 상장은 이노인스트루먼트(엔에이치스팩5호), 토박스코리아(대우SBI스팩1호), 넷게임즈(엔에이치스팩9호) 등 11건이 진행됐으며 디딤, 알에프에이치아이씨, 글로벌택스프리, 세화피앤씨, 켐트로스, 휴마시스 등이 거래소의 심사 승인을 받아 합병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는 2015년 13개, 2016년 12개를 앞선 실적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스팩 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한 채 만기를 앞둔 스팩도 그만큼 많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스팩은 총 59개로 이 중 34개가 2014년~2015년 사이 상장된 스팩이다. 또 저금리 기조로 공모시장에 조 단위 자금이 풀리면서 하반기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상당수가 일반 공모 상장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 때문에 만기에 가까운 스팩을 보유한 증권사들이 급하게 합병 절차를 밟다가 거래소 심사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올해 4건이나 발생했다. 에이비온(엔에이치스팩8호), 한국금거래소쓰리엠(케이티비스팩1호), SGA시스템즈(에스케이제3호스팩), 줌인터넷(골든브릿지제3호스팩) 등 미승인 결과를 받아든 스팩은 모두 2014~2015년 상장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에 다다른 스팩을 청산할 경우 증권사 역시 원금에 가까운 투자액을 되돌려 받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잡아놓은 평가액에 비해선 적은 액수를 되돌려 받기 때문에 사실상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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