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7.8.21/뉴스1
추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김상곤 혁신안은 최고위원회에서 수정의결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의결했다"며 "바이블이 아니다"고 했다.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자.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2015년 7월20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기득권타파: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신설 △당 구조 혁신: 최고위원, 사무총장 폐지△당원 권한 강화: 당원소환제, 당비 대납 금지 △지방분권 정당: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 공천권 시도당 이양 등의 내용을 담은 ‘김상곤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발목을 잡아온 계파 간 갈등은 그해 4·29 재·보궐선거 참패, 정청래 의원 막말파문 등으로 극에 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깨기 위해 ‘혁신’이란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2015년 5월27일 혁신위원장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임명하고 혁신의 전권을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우원식 의원과 조국 서울대 교수 등 10명의 혁신위원과 함께 계파 정치를 타파할 수 있는 혁신안 마련에 나섰다.
혁신안은 조직관리를 담당하는 조직본부장과 예산·인사를 담당하는 총무본부장을 신설해 사무총장의 역할을 대신하게 했다. 사무총장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다. 또 최고위원회도 폐지했다. 전국 대의원 선거를 통해 뽑히는 현재의 최고위원회가 계파 정치를 심화시킨다는 판단에서다. 최고위원이 모호한 전국 대표성만 갖기 때문에 계파에 의존하고, 계파를 확장하려는 정치가 반복된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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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무총장제와 최고위원회 등을 부활시켰다. 혁신안을 수정한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015년 혁신안을 통해 사무총장제와 최고위원회를 없앴지만, 오히려 문제점이 많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따라 1년 후에 다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 민주당 내홍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방선거 공천 룰도 이 때 만들어졌다. 추 대표는 이런 혁신안들이 중앙당의 패권을 개선하려고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중앙당의 패권을 시도당에 그대로 옮겨 놨다고 지적한다. 중앙당이 시도당의 권한을 회수하겠다는 게 아니라 견제와 균형이 가능토록 바꿔야한다는 게 추 대표의 생각이다.
추 대표는 “지금 시·도당 위원장들이 9~12월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평가하고, 본인은 공직자 사퇴시한인 두 달 후에 사퇴하고 출마할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시·도당에 부여한 공천권이 시·도당 위원장의 ‘줄세우기’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친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 시절 만든 혁신안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 대표가 '지방선거 1년 전에 공천 규정을 확정 지어야 한다'는 당헌 당규조항을 위반했다는 점을 토대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친문계 한 의원은 "당 대표가 당헌과 당규를 어겨선 안된다. 의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면서 추 대표를 비판했다.
결국 정발위를 놓고 일어나는 갈등의 본질은 지방선거 공천권을 누가 행사하는지로 귀결된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추 대표가 강행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당내 의견차를 좁히기는 힘들 것”이라며 “오는 25일 열리는 당 워크숍에서 의원들의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보고 입장차를 줄이는 자리가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