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장관 걸림돌, 백지신탁제도가 뭐길래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7.08.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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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고위공직자 주식보유 금지제도..현장형 기업인 장관 인선 길 차단 지적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49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 위원 추천안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2017.2.23/뉴스1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49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 위원 추천안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2017.2.23/뉴스1


이번에도 주식 백지신탁제도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일자리창출의 핵심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 난항을 보며 나오는 해석이다. 이전 정부에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중기청장 자리를 끝내 고사했던 상황이 겹친다. 실력있는 현장형 중소기업인을 정책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백지신탁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식 백지신탁제도는 지난 2006년 시행됐다. 1급 이상 고위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본인과 배우자, 자녀가 보유한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신고하고, 위원회가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한 달 안에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신탁해야 한다. 금융기관에 신탁하면 역시 2개월 내 주식이 매각된다. 중소기업인은 주식을 팔지 않으면 장관이 될 수 없다는 거다.



신설된 중소벤처부 장관은 기업인으로서는 그간 현장에서 느낀 애로와 고민들을 정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기업인으로서 평생을 일군 생업과 맞바꾸기는 어렵다.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3년 중기청장으로 임명됐던 황철주 대표는 결국 취임 전날 자진 낙마했다. 황 대표는 당시 주식을 제3자에게 신탁하고 퇴임 후 되가져오는 것으로 알고 제의를 받아들였다가 곤욕을 치렀다.

물론 주식을 백지신탁하고 공직에 오른 경우도 있다. 2006년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삼성전자 주식 등 62억원 상당을 매각하고 장관이 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청와대 정책실장이 된 장하성 실장도 54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이 된 2006년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하지만 모두 경영권과는 관계가 없는 주식들이다. 단순 자산일 경우에는 매각에 망설일 이유가 없지만 경영권이 걸릴 경우 신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부 장관으로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윤호중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웹젠 창업자인 김병관 의원도 후보군이다.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 변대규 회장과 이상직 이스타항공그룹 회장 등도 언급된다. 김 의원은 물론 기업인들은 모두 백지신탁 제도의 대상이 된다. 장관직을 수락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 창업주로 기업을 일군 이는 중기정책 수장이 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벤처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인물을 중소벤처부 장관으로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지신탁 등 걸림돌이 적잖아 학계나 정치인 기용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 국회 관계자는 "백지신탁을 윤리규정에 따를 뿐 의무화하지 않는 미국이나, 신탁 후 계약 해약 및 변경을 허용하지 않는 일본의 사례를 감안해 국내 실정에 맞게 제도를 손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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