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고수익"…가상화폐 사기에 퇴직금까지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2017.08.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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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피해자 5704명 주로 50~70대, 191억 사기당해… '비트코인' 열풍에 사기 기승

정씨 등 8명이 피해자들로부터 뺴돌린 현금과 범죄 증거물./사진제공=서울지방경찰청정씨 등 8명이 피해자들로부터 뺴돌린 현금과 범죄 증거물./사진제공=서울지방경찰청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 투자로 100배 이상 돈을 벌게 해준다고 속여 191억원을 빼돌린 일당이 검거됐다. 이 같은 대규모 가상화폐 투자 사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가상화폐개발업체 대표 정모씨(58)와 개발자 박모씨(48)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지난 2일 검거했다고 17일 밝혔다. 정씨와 박씨(58)는 구속됐고 5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나머지 1명인 문모씨(36)는 앞서 저지른 또 다른 유사 범죄로 검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 8명은 올 4월부터 8월까지 비트코인을 모방한 가상화폐(1개 3원)에 투자하면 100배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피해자 5704명을 속인 혐의다. 이들이 가로챈 금액은 약 191억원이다.

조사 결과 정씨와 박씨는 돈을 벌기 위해 가짜 가상화폐를 개발하려고 모의했다. 이들은 또 다른 개발자인 박모씨(41)에게 가상화폐 사이트와 거래소 등의 개발을 맡겼다. 일당은 이 기간 서울 강남구와 구로구, 대전, 전주 등에 사무실 14곳을 마련해 투자설명회로 투자자를 모았다.



투자설명회는 전국적으로 총 4회 진행됐다. 일당은 지인들을 끌어들여 투자설명회에 1000여명을 모았다. 타인에게 소개해 투자금을 유치하면 투자금에 대한 10%를 가상화폐로 주는 다단계 방식을 이용해 많은 인원을 모을 수 있었다.

일당은 투자설명회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원금 손실이 없다고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이 가상화폐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증받았으며 은행, 쇼핑몰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 인터넷 포털업체 등 대기업에서 투자하고 있다고도 속였다.

특히 자신들이 개발한 가상화폐 보안프로그램 '한국형 블록체인 듀얼스파이더'는 1양9100해개의 암호가 24시간 변동하면서 생성돼 해킹이 불가능하며 세계 126개국에 특허 출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명의로 특허 등록한 정보는 확인되지만 특허 내용이 가상화폐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등록료 미납으로 현재는 소멸된 상태다. 해당 보안프로그램은 수학적으로 구현되지 않는 개발자의 단순한 생각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시중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말도 모두 거짓이었다. 피의자들은 가상화폐의 가치를 담보해줄 자산도 없었다.

가상 화폐에 대한 기대심리와 달리 전문적 지식이 부족했던 50~70대 고령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피해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아울러 투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퇴직금이나 저축, 심지어 빌린 돈으로 투자했다.

경찰은 지난달 10일 내사에 들어갔다. 일당이 연다는 투자설명회에 돌아다니며 증거를 얻었고 이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현금과 하드디스크 등 구체적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2일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현금 14억5000만원을 압수하고 이들 계좌에 들어있던 102억원을 지급정치 조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여죄와 추가 피해 여부를 계속 수사 중"이라며 "나머지 공범에 대해서도 추가 입건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비트코인을 모방한 5가지 가짜 가상화폐를 만든 뒤 투자자들에게 '6개월 만에 원금의 3~5배를 주겠다'고 속여 총 611억원가량을 가로챈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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