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상하이 찍고 뉴욕까지…이니스프리 플래그십스토어 만드는 그녀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7.08.14 04:40
글자크기

[피플] 이미영 이니스프리 공간디자인2팀 팀장

이미영 이니스프리 공간디자인2팀장/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이미영 이니스프리 공간디자인2팀장/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플래그십스토어엔 '특별한 뭔가'가 있다. '도심 속 휴식 공간' 콘셉트로 화장품·라이프스타일 제품 뿐 아니라 카페와 다양한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친환경 화장품' 이미지를 정립하는 브랜딩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시 중구 아모레퍼시픽 (150,600원 ▲4,500 +3.08%) 본사에서 만난 이미영 이니스프리 공간디자인2팀장(사진)은 플래그십스토어 기획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이끈다. 2014년 문을 연 삼청동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부터 명동·판교 플래그십 스토어, 중국 상하이와 청두 플래그십 스토어도 그녀의 손을 거쳤다. 현재 다음달 미국에 오픈 예정인 뉴욕 매장 준비에 한창이다.



플래그십스토어의 상징과도 같은 '간판'은 실제 식물로 꾸며 '수직정원'이라 부른다. 특히 상하이 매장의 수직정원은 100평 남짓 면적으로 멀리서도 눈에 띄어 이 곳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데 한몫했다. 매장 내엔 실제 식물을 비치해 온실처럼 꾸몄다.

이 팀장은 "수직정원에는 자동 급배수 시설, 공기 순환 시스템 등을 적용했다"며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청정 공간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신선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그십스토어는 대부분 200평~300평 이상의 매장으로, 기획부터 오픈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 모두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임한다.

"빈 땅을 받은 순간부터 오픈까지는 '내 자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예뻤으면, 의도한 것들이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구석구석 신경쓰니 애착이 정말 많이 가요. 그래서인지 가장 힘들고 허탈감을 느낄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오픈 첫날'이에요.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심경이 이럴 것 같아요."

이 팀장은 건축가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꿨다. 어떤 장소에 갔을 때 자신이 만든 '공간'이 있을 때 느끼는 희열을 아버지를 통해 간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예술고와 대학·대학원에서 디자인 전공을 하고 미국 유학 후 현지 건축 설계 회사에서 4년간 근무했다. 첫 직장으로 설계 회사를 택한 건 인테리어 기획에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2년간 이마트 매장 전략 업무를 거쳐 이니스프리에 몸 담은 지 올해로 5년이다. 이 팀장은 "당시 이니스프리는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였고, 제주 콘셉트로 브랜드를 재정립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며 "한 브랜드의 스토리를 연구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합류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엔 좀 더 특별한 매장을 공개했다. 80년된 한옥을 재구성해 만든 '공병공간'이다. 2003년부터 진행한 CSR(사회공헌활동)인 '공병 수거 캠페인'에서 모은 공병 23만개를 분쇄해 자체 마감재를 개발, 내외부에 적용했다. 공병 활용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설치한 기계를 보고 매장에 들어서는 가족 단위 고객도 적지 않다. 이 팀장은 "이니스프리 매장인지 모르고 왔다가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받았다는 피드백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디지털시대로 갈수록 오히려 매장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거라 믿어요. 사람들은 바쁠수록 감정이나 제품 외 부가적인 것을 더 찾게 되거든요. 앞으로도 이니스프리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숲인지, 온실인지, 도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진정성' 담은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