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北사태 반응 '제한적'…이유는?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8.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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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수위 아직 낮고 대화 해결 여지 남아…FRB·ECB 통화긴축, 美디폴트·셧다운이 더 큰 변수

북한과 미국의 핵전쟁 가능성을 경고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5일자 표지/사진=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북한과 미국의 핵전쟁 가능성을 경고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5일자 표지/사진=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정권의 막말 대치로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불안감이 엄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북한이 '괌 포위공격', '서울 불바다' 위협으로 맞서자 글로벌 증시가 9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하고 미국 국채, 스위스프랑, 금 등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 같은 반응이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낙폭은 이날 0.5%도 안 됐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올 들어 16% 이상 떨어진 상태다.



변동성지수(VIX) 추이/자료: 블룸버그변동성지수(VIX) 추이/자료: 블룸버그
짐 폴센 루톨드그룹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핵공격이라는 발상 자체가 설득력이 없어 투자자들이 대부분 그 가능성을 낮게 본다"며 시장 움직임이 뉴스 헤드라인에 대한 트레이더들의 반응 정도로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이런 상황도 트럼프와 김정은의 극단적인 엄포에 따른 것일 뿐 실체가 없다는 설명이다.

4730억 달러(약 539조 원)를 운용하는 영국 자산운용사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은 최신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에서 뉴스 머리기사에 감정적인 반응을 자제하려면 ①'슈퍼파워'(강대국)가 관련돼 있는가 ②유가에 리스크(위험)가 있는가 ③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리스크가 있는가 등 3개의 질문을 스스로 던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3개의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한다면 자산가격에 장기적인 충격이 미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지나가는 이벤트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北사태 반응 '제한적'…이유는?
한반도 사태를 놓고 현시점에서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첫 번째뿐이다. 당장 미국이 관여돼 있고 한반도에서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스템이나 유가에 대한 영향은 현재로선 제한적이다.

CNBC는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남아 있고 북한이 핵 미사일 발사 능력을 입증한 게 아니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아직 시장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미국 연방정부 예산과 채무한도 증액 여부를 둘러싼 미국 의회의 갈등이 오히려 금융시장에 더 큰 악재가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라고 전했다.

피터 부크바 린제이그룹 수석 시장전략가는 8월 말부터 올 가을까지 시장에서 정량화할 수 있는 위험은 북한 요인은 북한이 아니라 FRB와 ECB의 통화긴축 관련 행보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관심이 북한보다 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향방에 더 쏠려 있다는 얘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오는 24~26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드라기의 입에서 ECB의 통화긴축 행보에 대한 힌트가 나올지 주목된다.

FRB는 다음 달 19~20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자산 축소 행보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및 중단, 금리인상에 이어 양적완화로 모은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까지 나서면 통화긴축 강도가 더 세지는 셈이다.

미국 의회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다음 달에는 미국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고조될 수도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의회가 9월29일까지 채무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10월에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의회가 회계연도가 끝나는 다음달 말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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