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일가에 수백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2017.8.7/뉴스1
박 특검은 이날 직접 법정에 나와 "대통령에게 승마지원 등을 요구받은 이 부회장이 도움의 대가로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300억원대의 뇌물을 공여한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이 돈을 준 사실과 대통령 독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승마 지원에 대해서도 "청와대 요구에 따른 지원일 뿐"이라며 "최순실과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특검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 당시 정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부터 인사청탁까지 대통령의 비공식 지시를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수첩에 경영권 승계 내용은 없었다는 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간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증거는 전무한 점 등을 강조했다.
앞서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국회 청문회 위증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뇌물공여 혐의다. 뇌물죄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다른 혐의까지 줄줄이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주기 위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최씨의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와 허위 용역계약서를 썼다는 등 공소사실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혐의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것은 재산국외도피다. 특검이 주장한 도피액 79억여원이 모두 인정될 경우의 형량은 10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이다. 뇌물공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횡령은 이득액 50억원 이상일 때 5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 등에 처해진다.
여러 혐의가 적용된 경우 가장 형량이 높은 범죄를 기준으로 형량이 계산된다. 다만 피고인의 사정을 고려해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으로 2분의 1까지 형을 덜 수 있다. 이 부회장의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최소 징역 5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박 전 대통령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뇌물을 줬다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뇌물을 받은 쪽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 역시 재판에서 수뢰에 대해 유죄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뇌물이 준 사람이 있지만 받은 사람은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