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에너토크 경영권 분쟁, 극적 화해 배경은..

더벨 이호정 기자 2017.08.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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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임원 출신 A씨, 본인 입지 강화 위해 분쟁 촉발했던 것으로 추정

더벨|이 기사는 08월04일(11:16)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에너토크 (5,800원 ▼30 -0.51%)가 개인투자자 장원영 씨와 업무제휴협약을 맺으면서 5개월여 간 이어왔던 경영권 분쟁을 해소됐다.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양측이 급작스레 화해하게 된 배경은 경영권 분쟁이 결국 제살 깎아먹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양측 모두 이번 계약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A씨를 거론했다는 점이다. 주요 골자는 A씨가 공유했던 에너토크 관련 정보가 잘못된 것이었고, 소송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서 오해가 풀렸다는 것이다.

장기원 에너토크 대표는 "장원영 씨가 A씨 등 전직 에너토크 임원들의 얘기를 듣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켰던 것인데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을 직접 확인하면서 (A씨 등에게) 속았다고 말했다"며 "이후 에너토크의 발전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장원영 씨가) 밝히면서 업무제휴협약 등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장원영 씨도 "A씨 때문에 에너토크를 알게 됐고, 그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장기원 대표 등 현 경영진에 대해 많은 오해를 했었다"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에너토크 임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대학 졸업 후 에너토크에 입사해 21년 간 영업 일선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그는 에너토크의 성장을 주도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4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고, 이후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장원영 씨와 손을 잡으면서 적잖은 뒷얘기를 양산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A씨를 배신자로 낙인찍기도 했지만 반대로 에너토크의 보수적 경영스타일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에너토크가 실적 악화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데다, A씨가 영업축소 방침을 외부투자자와 공유한 사실이 발각돼 오너일가로부터 사임을 강요당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만 봐도 2014년 320억 원 수준이었던 에너토크의 매출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287억 원, 260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6억 원, 28억 원, 21억 원 순으로 감소했다. 시장에서 에너토크의 영업축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장원영 씨가 에너토크의 영업비자금 조성방법 등의 내용이 담긴 A씨의 진술서를 공개하면서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A씨가 이때 밝힌 내용 대부분은 소송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A씨가 입지 강화 차원에서 개인투자자 장원영 씨와 손을 잡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임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고, 이 때문에 현 에너토크 경영진을 내치기 위해 장씨에게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려다 보니 잘못된 정보까지 제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토크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이 낮고, 창업주인 장덕인 회장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라 A씨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분쟁을 일으켰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토크가 영업을 축소할 요량이었다면 장원영 씨와 굳이 업무제휴협약은 물론 영업 에이전트 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87년 설립된 에너토크는 전동식 액츄에이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액츄에이터는 공장의 배관에 설치되는 밸브를 개폐하는 장치로, 에너토크는 국내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절대 강자다. 에너토크의 최대 주주는 일본 세이부로 11.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원영 씨와 에너토크 오너일가가 각각 10.02%, 18.08%씩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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