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세계 각국 헌법 1조 살펴보니

머니투데이 고석용 , 유선명 인턴 기자 2017.08.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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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내삶을 바꾸는 개헌 3-上]②나라마다 최우선 가치 '헌법 1조'에 담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세계 각국 헌법 1조 살펴보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1948년 제헌헌법 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1972년 유신헌법 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현행 대한민국헌법 1조

대한민국의 헌법 1조1항의 역사는 유구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문구는 1948년 우리나라에 헌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변하지 않았다. 유신헌법과 1987년 지금의 헌법을 거치며 1항과 2항이 분리됐고, 2항은 당시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변해왔다.



헌법의 1조는 그 시대의 성격과 정신을 그대로 담는다. 70년대 서슬 퍼런 군부 대통령하에서 헌법 1조 2항은 국민 주권의 행사 방법을 규정했다. 유신헌법의 방점은 '대표자를 통한 주권 행사'에 찍혀있었다. 이후 1987년 6월 항쟁과 민주화의 요구 속에서 제정된 현행 헌법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과 권력은 국민에게 귀속된다는 민주주의 요소를 강조했다.

헌법 1조가 상징성을 지니는 만큼 세계 각국의 헌법도 그 개수만큼 제각각이다. 해당 국가의 당면 과제와 정체성, 국민의 요구에 따라 다양하다. 다만 유형으로 분류하자면 크게 '국가 정체성 규정형'과 '국민 기본권 강조형'으로 나뉜다.



국가 정체성 규정형의 대표적인 국가들은 사회주의 국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이념이 국가의 대표 정신이고 정체성이었던 만큼 헌법 1조를 통해 이를 명시했다. 중국의 헌법 1조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인민민주주의 전제정치의 사회주의 국가다"고 천명했다. 북한도 비슷한 형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인민 이익을 대표하는 자주적 사회주의 국가다"며 사회주의 국가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헌법 1조에 국가 정체성을 명시하는 형태가 사회주의 국가의 전유물은 아니다. 러시아와 그리스, 핀란드 등도 민주주의 사회의 정체성을 헌법 1조에 뒀다. 러시아는 "러시아 연방은 공화제 정부를 가진 민주주의 법치 연방이다"라며 국가 성격을 규정했다. 그리스도 "그리스는 국가수반으로 대통령을 두는 의회민주주의 국가다"며 나라의 정체성과 권력 구조를 명확히 했다. 민주공화국임을 강조한 우리 헌법도 이 형태에 해당한다.

두 번째 유형은 국민 기본권을 강조하는 형태다. 2차대전 이후 수정된 독일의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다"며 구성원의 기본권 보호를 1조에 뒀다. 다소 길지만, 프랑스도 "프랑스는 비종교적이고 민주적이며 나눌 수 없는 공화국이다. 프랑스는 출신, 인종,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시민이 법 앞에 평등함을 보장한다"며 국민 평등을 강조했다. 미국의 수정헌법도 "종교·언론·집회의 권리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제정할 수 없다"고 했다.


국가 상징과 전통을 강조하는 독특한 헌법 1조도 있다. 일본은 "천황은 일본 통합의 상징으로 그 지위가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고 했다. 천황이라는 일본의 상징과 특수성을 강조한 형태다. 성문헌법 대신 1215년 만들어진 '대헌장'을 헌법처럼 사용하는 영국도 "교회는 자유로우며 권리는 침해될 수 없음을 국왕에게 영구히 신의 이름으로 허용한다"는 독특한 조문이 대헌장의 맨 처음에 등장한다.

◇헌법1조, 바꿔야할까?=이처럼 헌법 1조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에 따라 이번 개헌 논의에서도 헌법 1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개헌이 단순히 국가권력의 구조를 뜯어고치는 데 머물지 않고 나라와 국민의 정체성을 새로 쓰는 일이라면 1조 역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헌법 1조를 뜯어고쳤다가 자칫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1조도 이미 민주주의라는 우리의 국가정체성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헌헌법때부터 이어져온 1조1항의 역사성도 감안 대상이다.

머니투데이 the300과 인터뷰 한 20~40대 시민들은 정치권을 향해 "개헌은 새 시대를 연다는 생각으로 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새 시대를 열 새 헌법의 정체성을 담아낼 '헌법 1조'에 대한 고민도 정치권이 놓쳐서는 안 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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