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긴축에 매달리는 美 연준…①거품 때문?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7.08.0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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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지난 편에서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양적긴축에 매달리고 있다고 전해드렸죠. 물가가 오르지 않아 걱정이라면서도, 그래서 금리인상은 좀 미뤄야겠다면서도, 보유채권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 정책은 "비교적 곧" 시행하겠다는 겁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꼽히는 이유는 '거품 우려'입니다. 실물경제의 활기나 물가상승률을 봐서는 긴축을 멈추고 관망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자산시장의 열기를 봐서는 긴축의 고삐를 더 죄어야 할 듯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자산가격을 띄우려는 목적으로 과거에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던 것처럼, 이제는 자산가격 억제를 위해 양적긴축을 하려는 것이라고들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것 중 하나가 지난 6월 말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의 연설입니다.



"최근 6개월 사이 대부분의 주요 위험자산들 가격이 무위험 이자율 상승세 속에서도 올랐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수익배율(PER)은 역사적 분포의 최상위 20%에 올라와 있다.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일정 기간 임대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올랐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 대비 운영수익 비율은 역사적 바닥으로 떨어졌다."

위 그래프는 주식값이 비싼지를 판단하는 데 쓰이는 '주가수익배율'(PER)의 변형된 형태입니다. 거품 감별사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고안한 것인데, 물가변동 효과를 제거한 최근 10년간의 실질 기업이익으로 주가를 나눈 것이죠. '경기변동 조정 PE 비율'이라는 의미로 CAPE(the Cyclically Adjusted PE) Ratio라고 부릅니다. 현재 30.20배로 1929년 증시붕괴 직전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칼럼을 통해 비슷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양적 긴축을 시작할 경우 국채와 모기지증권의 수익률이 상승압력을 받으면 주식과 회사채 보다 상대적 수익률 매력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때마침 증권가 내부에서도 거품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크트리캐피털의 설립자인 하워드 막스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낙관론으로 인해 방대한 자산군에서 수익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경고를 한 하워드 막스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존경받는 매니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이메일에 막스의 '메모'가 들어와 있으면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읽어 본다고 말하기도 했죠.

막스는 지금 금융시장에서 제공하는 수익률이 잠재된 위험을 막기에는 부족하다며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양적긴축에 매달리는 연준의 움직임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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