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쇠고기 오늘은 황태…文대통령-기업인 달라진 메뉴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7.07.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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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쇠고기= '힘 내서 함께 가자', 황태= '얼었다 녹듯이 갈등 녹이자'

【인제=뉴시스】한윤식 기자 = 강원 12개 시·군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지난해 12월27일 오후 인제군 북면 황태마을 덕장에 많은 눈이 쌓여 있다.2016.12.27.   ysh@newsis.com    【인제=뉴시스】한윤식 기자 = 강원 12개 시·군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지난해 12월27일 오후 인제군 북면 황태마을 덕장에 많은 눈이 쌓여 있다.2016.12.27.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둘째날 만찬의 중심에 '황태'가 오른다. 갈등과 대립을 풀자는 의미의 메뉴선정이다. 쇠고기와 비빔밥을 통해 '기력'과 '조화'를 강조했던 첫날과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상춘재에서 진행되는 기업인과 만찬 간담회는 전날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호프타임 후 식사를 하는 방식이다. 맥주는 전날과 같이 중소업체인 '세븐브로이'의 것이 올라오지만, 메뉴는 달라진다.



우선 호프타임 안주로는 황태절임, 씨앗 음식, 수박과 치즈가 올라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황태에 대해 "황태는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갈등과 대립을 녹이고 좋은 결과를 위해 안주로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앗 음식의 이름은 '원'이다. 땅콩, 아몬드 등 씨앗을 가지고 둥근 모양으로 만든 안주다. "새로운 미래를 위해 오늘의 자리가 씨앗과 같았으면 한다"는 의미다. 수박의 수분을 제거하고 치즈를 곁들인 안주는 '조화'를 주제로 마련된다.



식사는 콩나물을 이용한 밥과 오이냉채, 황태포·묵은지·들기름을 함께 한 찜이 나온다. 안주에 이어 식사에도 황태가 올라오는 것을 볼 때 "갈등을 끝내자"는 의미가 강한 자리로 풀이된다.

전날의 경우 안주로 △무를 이용한 카나페 △쇠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한입 요리 △시금치와 치즈가 올라왔다. 메인 안주 격인 쇠고기의 경우 "기운을 보충해 끝까지 기운을 잃지 않고 한 뜻으로 가자"는 의미였다. 식사로 나온 미역·해산물 비빔밥은 공존과 조화의 뜻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중심에 놓인 음식을 봤을 때(첫날 비빔밥과 쇠고기, 둘째날 황태) 의미의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첫째날은 힘을 내서 함께 가자는 의미, 둘째날은 갈등을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만찬 참석자를 보면 메뉴의 의미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날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착한기업'이라고 한 오뚜기가 함께 했을 정도로 큰 문제가 없는 기업들이다.

반면 둘째날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GS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한진그룹)이 참석한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삼성전자,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 받아온 롯데, '땅콩회항'의 한진그룹 등 문제를 일으켰던 기업 관계자들이 문 대통령을 만난다.

'황태'처럼 얼어있는 정부와 관계를 녹일 필요가 있는 기업들에게 적합한 메뉴 선정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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