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前행정관 "우병우 지시로 삼성 관련 문건 작성했다"(종합)

뉴스1 제공 2017.07.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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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는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정리된 것"
李 변호인 "정부 영향력 행사는 아이디어 차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이균진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6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6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실 행정관이 당시 민정비서관 우병우 전 민정수석(50)의 지시를 받아 삼성 승계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이 행정관이 작성한 문건에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준다는 정부의 기조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는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이모씨가 증언에 나섰다.



이 전 행정관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재직하던 2014년 6월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민정비서관은 우 전 수석이었다.

이 전 행정관은 행정관으로 근무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 '삼성 보고서'에 대해 민정비서관이 최종적으로 기조를 결정하고 승인한게 맞냐는 특검의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행정관이 보고서 작성 준비 과정 당시 행정관 회의와 민정비서관 중간 보고 과정에서 나온 표현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작성한 메모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검토한 내용이 주로 담겼다.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1. 우리 경제 절대적 영향력 2. 유고 장기화 삼성 경영권 승계 가시화 국면 3. 경제 실질적 기회 확인'이라 적혀있다. 또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도와줄 거 도우면서 삼성이 국가경제 기여 방안 모색' '삼성 당면 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등의 내용이 써있다.

'규제개혁 국민연금 지원 순방단 포함 조치' '당면 과제 해결은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구체적 요망 파악' 등 정부의 역할에 대한 내용도 적혔다.


이에 특검이 "정부에서 이재용 승계 과정에 도움을 주고 국가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게끔 유도하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보고서에 대한 초안이냐"는 질문에 "메모를 보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며 긍정했다.

또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삼성이 흔들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예를 들어 과거 에버랜드처럼 불법적 방법이 동원돼선 안 된다는 기본적 전제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관리돼야한다는 취지로 메모를 작성했다"는 검찰 진술에 대해서도 "제가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 그렇게 진술했다"고 긍정했다.

이 전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되면서 언론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현안으로 많이 거론되다보니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를 위주로 보고서가 작성됐고 초안용 메모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넷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문건. 2017.7.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넷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문건. 2017.7.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 전 행정관은 '메모가 일정한 흐름을 갖고 작성된 것 같은데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냐'는 재판부의 지적에 "개개 표현을 따로 떼서 물었을 때 출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이 메모는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종보고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변경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삼성 보고서를 작성할 때 행정관들이 독자적인 의견을 갖는 것이 아니고 리서치를 할 때 기고나 전문적인 자료를 검토한다"면서 "그것들이 종합적으로 의견 형태로 (반영)된 것 같다"고 증언했다.

다만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검토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닌가"라는 특검의 질문에 "지금 기억으로 삼성에 관해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고 그 이상은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전 행정관은 또 삼성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국민연금 공단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의결권 내용,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검토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이 전 행정관의 서류철에 들어있는 보험업법 개정안, 독점규제법 개정안 등은 공정거래위원회 간담회에서 나온 삼성 관련 이슈들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행정관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정부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부분을 검토하며 수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해당 문건은 처음 본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이 제시한 메모의 증거능력과 관련해서 실제 자료가 함께 보관됐는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증언을 통해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추가로 확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청와대는 삼성 경영권 승계는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구조조정을 통한 세대교체, 경영실적을 통한 이 부회장의 대내외적 신뢰확보라 봤다"면서 "정부가 영향력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디어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문건이 발견된 곳은 대한민국 사정기관과 법 집행기관을 관장하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정수석실이다"면서 "거기서 특혜 관련 보고서가 작성됐을리 만무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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