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명 육아맘 홀린 미혼 女CEO "맘 놓고 일하세요"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7.08.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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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의 女벤처스]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 "육아문제 '맘시터'로 해결, 일·가정 양립 지원"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벤처시장에 여풍(女風)이 매섭게 불고 있다. 풍부한 감수성과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가는 여성 벤처 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이들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본다.

/사진=김유경 기자/사진=김유경 기자


“여성에게만 가정과 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엄마들이 회사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붙들고 육아 문제로 발을 동동 구르는 게 현실이죠. 결혼을 앞둔 제게 곧 닥칠 현실이었구요.”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30·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짊어진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맘시터’를 시작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맘시터’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부모와 대학생 베이비시터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 3년6개월, 국내 대기업에서 1년6개월 근무하며 봤던 여선배들은 결혼 후 출산을 하면 일을 그만두기 일쑤였다. 회사에 남은 사람들도 중요 프로젝트와 승진에서 당연하다는 듯 제외되는 걸 지켜본 정 대표는 육아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과 가정의 양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정 대표는 “남이 해결해주길 기다리면 20년 전과 20년 후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며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5월 창업에 앞서 일단 맘카페에서 베이비시터 일자리를 구했다. 직접 경험을 통해 부모들이 원하는 진짜 서비스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싶었다.

그는 “3개월간 직접 일하면서 베이비시터의 검증서비스와 부모들의 후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맘시터가 대학생을 베이비시터 1차 대상으로 정한 것도 재학증명서로 신분 확인이 쉬워서다. 여기에 인성검사와 건강검진을 받게 해 부모들을 안심시켰다.

이렇게 구축한 맘시터는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신청자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 것. 서비스 개시 11개월 만에 부모 회원 수가 6500명을 돌파했다. 최근 4개월 동안에만 3000여명의 부모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지역도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 중심에서 수원, 인천, 부산, 경남 등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학생 베이비시터의 회원 수 증가도 폭발적이다. 현재 가입자는 부모 회원 수의 두 배를 훌쩍 넘는 1만4300여명에 달한다. 비결은 높은 시급에 있다. 대학생 베이비시터의 평균 시급은 8000원 내외로 내년도 법정 최저임금인 7530원을 웃돈다. 영어놀이가 가능한 경우 좀더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하고 모니터링을 해보니 생각보다 서비스에 대한 갈구가 크다는 데 놀랐다”며 “초기 반짝했다 사라지는 서비스가 많은데 지속적으로 운영해서 육아 문제는 모두 해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맘시터가 부모와 대학생 베이비시터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맘편한세상은 회사 설립 1년여 만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사업성과 수익성 모두 검증된 셈이다. 올해 매출액 2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정 대표는 예상했다.

그는 ”그동안 자력으로 운영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일부러 투자를 받지 않았다“며 ”이제 손익분기점을 넘고 가파른 성장세도 확인했으니 좋은 조건으로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베이비시터의 대상을 육아 경험이 있는 여성들로 늘리고, 사업영역도 회사 복지서비스 등 B2B(기업간 거래)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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