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서 더 반가운 '쑥대머리'…춘향이 된 케니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7.07.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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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째 맞은 국립국악원 국제국악연수…2001년부터 200여명 배출 '국악 세계화 전도사'

조금은 색다른 멜로디의 아리랑과 한오백년 피리 연주곡이 이어졌다. 연주자들은 땀을 훔쳐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관객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이어서 판소리 춘향전 중 한 대목인 ‘쑥대머리’ 소절이 이어졌다.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을 보고지고~~’. 마지막 공연은 모든 이들의 장구 연주였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있었던 한 발표회 현장에서의 모습이다. 발표자들은 다양한 국적의 우리말이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이었다.



국립국악원의 국제국악연수가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2001년부터 시작된 연수는 2007년까지는 격년으로 열리다 2009년 한해를 건너뛰고 2010년부터는 매해 열리고 있다.

7월21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국립국악원에서 주최한 국제국악연수 교육생들이 수료발표회를 열었다. 발표회를 마친 후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앞줄 앉은이 중 왼쪽 다섯번째)과 교육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제공=국립국악원 7월21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국립국악원에서 주최한 국제국악연수 교육생들이 수료발표회를 열었다. 발표회를 마친 후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앞줄 앉은이 중 왼쪽 다섯번째)과 교육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제공=국립국악원


특히 초기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 등으로 편중돼 있던 참가자들의 국적이 러시아, 콜롬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방글라데시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17명의 참가자들 중에는 대만, 호주, 벨기에 등이 포함됐다.



교육자면서 스스로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는 미국인 제시카 케니씨는 발표회에서 영어로 한글발음을 적어놓고 춘향가의 한 대목을 익혔다. 또 참석자들은 7월10일부터 2주간 이어진 여러 교육과정에서 얻어진 감흥과 국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주곡들을 스스로 작곡해 내놓았다.

장구 발표회를 갖고 있는 국립국악원의 국제국악연수 교육생들/제공=국립국악원장구 발표회를 갖고 있는 국립국악원의 국제국악연수 교육생들/제공=국립국악원
국제국악연수교육은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의 '산조의 이해' 강연과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등 국악기론, 판소리.민요 배워보기 등 다양하게 꾸려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와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실장을 거친 교육자로 스스로도 가야금 산조의 대가기도 한 김해숙 원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연수를 더 늘리고 교육 과정도 알차게 꾸리는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2주 교육을 마친 연수생들은 올해부터 본인의 희망에 따라 실기와 이론교육을 25일부터 개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개인적인 체류비 부담 등이 있지만 올해는 5명의 연수생이 더 교육을 받겠다고 희망했다.


김해숙 원장은 “연수를 받은 이들은 국악에 대한 경험을 스스로의 창작작업에 녹여내고 각자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앞으로도 국악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 대학과 연구기관의 국악 교육과 연구기반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양 음악으로 틀어진 우리 국민의 감성을 국악으로 돌리는 작업을 열심히 할 계획이라는 김 원장은 “외국인들도 국악을 배우려고 하는데 정작 우리는 아이들 국악교육에 소홀한 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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