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KAI 사장/사진=이기범 기자
하 사장은 20일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되는 모든 사항에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경북 영천 출신인 하 사장은 경북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에 입사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의 항공 부문을 합병한 KAI에서 하 사장은 재무실장과 본부장, 부사장 등 요직을 거치고 사장으로 선임됐다.
하 사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 주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엿새만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원가 조작을 통한 개발비 편취 혐의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경상남도 사천 KAI 본사와 서울 중림동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수많은 의혹에 휩싸였던 하 사장과 KAI였기에 방산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 조사 착수를 계기로 각종 의혹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하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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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측근 협력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기존 협력사를 고사시켰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며 하 사장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재직중이었던 2007∼2008년 수출대금 환전장부를 조작하고 노사활동비를 몰래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 사장 사임은 검찰 수사가 KAI와 하 사장 개인 차원을 넘어 지난 정부 실세들로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현재 하 사장 연임이 비자금을 통한 정부 실세 로비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정부가 KAI가 개발·생산한 수리온 결함 사실을 감사원으로부터 보고 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곧 내놓을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관련 의혹에도 지난 정부 실세와 KAI, 하 사장이 한데 얽혀있다.
특히 하 사장 관련 의혹 대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하 사장과의 밀접한 관계 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 부인과 박 전 대통령이 먼 친인척 관계여서 대다수의 의혹이 지난 정부 시절 덮였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KAI 행사에 세 차례 직접 참석했다"며 "이는 방산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사임한 하 사장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일 경우 이 같은 의혹의 내막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하 사장은 이날 사임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지금의 불미스러운 의혹과 의문에 대해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