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의 저주' 못피한 하성용, 의혹 쓰나미에 결국 사임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안정준 기자 2017.07.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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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정권교체기마다 바뀐 KAI 사장, 각종 의혹 수면위로…검찰 수사 엿새만에 사임

하성용 KAI 사장/사진=이기범 기자하성용 KAI 사장/사진=이기범 기자


하성용 한국항공우주 (52,800원 ▲300 +0.57%)산업(KAI) 사장이 결국 사장직에서 물러난다. 방산비리와 전 정부 실세 로비설 등 그동안 떠돌던 각종 의혹들이 지난주 본격화된 검찰 수사를 기점으로 수면 위로 떠올라서다. 박근혜 정부의 전폭적 신임으로 연임까지 성공한 하 사장도 정권 교체 시기 마다 사장이 바뀐 'KAI의 저주'를 피할 수 없었다.

하 사장은 20일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되는 모든 사항에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KAI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장성섭 부사장(개발부문 부문장)이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 전까지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KAI 관계자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천 출신인 하 사장은 경북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에 입사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의 항공 부문을 합병한 KAI에서 하 사장은 재무실장과 본부장, 부사장 등 요직을 거치고 사장으로 선임됐다.



하 사장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사장이 교체된 KAI에서 '예외 사례'가 되지 못했다. 하 사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2013년 당시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던 김홍경 사장 대신 새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에는 정해주 대표가 물러나고 김홍경 대표가 선임됐다.

하 사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 주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엿새만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원가 조작을 통한 개발비 편취 혐의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경상남도 사천 KAI 본사와 서울 중림동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수많은 의혹에 휩싸였던 하 사장과 KAI였기에 방산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 조사 착수를 계기로 각종 의혹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하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검찰은 '측근 협력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기존 협력사를 고사시켰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며 하 사장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재직중이었던 2007∼2008년 수출대금 환전장부를 조작하고 노사활동비를 몰래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 사장 사임은 검찰 수사가 KAI와 하 사장 개인 차원을 넘어 지난 정부 실세들로 확대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현재 하 사장 연임이 비자금을 통한 정부 실세 로비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정부가 KAI가 개발·생산한 수리온 결함 사실을 감사원으로부터 보고 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곧 내놓을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관련 의혹에도 지난 정부 실세와 KAI, 하 사장이 한데 얽혀있다.

특히 하 사장 관련 의혹 대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하 사장과의 밀접한 관계 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 부인과 박 전 대통령이 먼 친인척 관계여서 대다수의 의혹이 지난 정부 시절 덮였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KAI 행사에 세 차례 직접 참석했다"며 "이는 방산업계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사임한 하 사장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일 경우 이 같은 의혹의 내막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하 사장은 이날 사임에 대한 입장 발표를 통해 "지금의 불미스러운 의혹과 의문에 대해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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