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미세먼지 연구 "국내 영향 52%"..탈석탄 명분(?)

머니투데이 세종=이동우 기자 2017.07.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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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미 공동조사 결과, 미세먼지 영향 적은 5~6월만 연구…고농도 중국영향 내용도 빠져

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 '나쁨' 수준을 보인 25일 오후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가 미세먼지로 덮여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 '나쁨' 수준을 보인 25일 오후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서울 시내가 미세먼지로 덮여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환경부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공동조사를 통해 미세먼지의 국내 영향이 52%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외 영향이 더 많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 다른 것으로 중국발(發)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국외 영향을 왜곡한 발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석탄’ 정책 등에 대한 코드 맞추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사 기간이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시기인 5월부터 6월까지 한 달만 이뤄진 데다, 특히 내후년 종합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굳이 지금 시점에 일부 사실만 먼저 내놓는 것에 대한 저의도 의심 받고 있다. ‘탈석탄’ 등 강력한 국내 대책을 이행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것이다.



19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NASA와 합동으로 수행한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KORUS-AQ)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5월2일부터 6월1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측정된 미세먼지(PM2.5)의 기여율은 국내 52%, 국외 48%로 나타났다. 국외의 경우 중국내륙이 34%, 북한 9%, 기타 6%로 분석됐다.

그간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경우 국외 영향이 60~80%에 달한다고 밝혀왔다. 지난 3월 중순에는 PM2.5의 국외 기여율이 최대 86%까지 치솟아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았다.



이번 연구결과 발표는 기존 국민 인식에 상당한 혼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서풍의 영향이 있는 고농도 시기가 아닌 5~6월에 조사가 이뤄져 미세먼지의 원인을 국내 영향이 더 크다는 것으로 자칫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번 조사 기간에도 미세먼지가 국내 기준 50㎍(마이크로그램)/㎥을 초과한 5월 말 일주일가량은 국외 영향으로 볼 수 있는 미세먼지의 장거리 이동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관측을 실시한 5월 25일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70㎍/㎥을 넘었고, 26일에는 90㎍/㎥을 기록하기도 했다. 조사 기간 한 달간 전체 평균은 국내 영향이 52%에 달하지만, 정작 이 기간에도 고농도가 발생한 때는 국외 영향이 높았던 것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가 정부가 추진하는 탈석탄, 경유차 퇴출 등의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2019년 최종 보고서 발표에 앞서 정돈되지 않은 일부 사실만 선별해 발표하는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보고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국내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과 실무 협상 등 외교적 노력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여야 하는 마당에 중국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란 우려도 있다.

조사를 진행한 국립환경과학원은 조사 기간 설정이 NASA와의 일정 조율 상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있다고 해명한다. 또 조사 기간에도 세계보건기구(WHO) 일 평균 미세먼지 권고기준인 25㎍/㎥을 초과하는 날이 다수 발생해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은 “한계는 있지만 짧은 기간에 연구 역량을 집중해 하자는 계획이었다”며 “향후 동절기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다양한 계절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5~6월은 또 다른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오존과 관련된 기간이기 때문에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세먼지와 함께 이뤄진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 배출오염물질 조사에서는 수도권 남부지역이 큰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지만, 정작 관측은 2차례에 불과해 추가적인 조사 여지를 남겼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번에 관측된 미세먼지(PM10) 중 대부분은 2차 생성에 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2차 생성 원인물질로는 유기물질이 가장 많았고, 황산염, 질산염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오존 발생은 질소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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