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17일 강 본부장의 사표 제출 사실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운용본부장을 선임하기 위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기금운용본부장 임면권을 가진 공단 이사장마저 지난 2월 문형표 전 이사장이 구속된 뒤 장기간 공백 상태다.
강 본부장 사임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고교·대학 후배라는 '낙하산' 논란과 더불어 '측근' 인사 비판을 받았던 김재상 해외대체투자실장 임용 취소 여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공운법)과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장은 기본 2년 임기를 마친 뒤 성과평가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1년씩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2+1'이 실질적인 최대 임기다.
그마저도 임기 3년을 채운 경우는 7명의 기금운용본부장 중 2대 조국준, 5대 이찬우 본부장 등 2명뿐이었다. 각각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권교체기에 임기를 수행했지만, 여·야 교체가 아닌 정권 재창출 시기였던 덕분에 3년 임기를 채웠다는 평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반면 노무현 정부 당시 취임한 3대 오성근 본부장 임기는 2008년 12월까지였지만, 그해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공공기관장 물갈이 인사로 조기 사임했다. 4대 김선정 본부장은 공단 이사장과의 갈등으로 '+1' 연임에 실패했고, 6대 홍완선 본부장 역시 기본 2년 임기만 채운 채 물러났다. 2년조차 채우지 못한 것은 강 본부장이 처음이다.
내로라하는 업계 전문가 중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고작 3년의 임기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이유로는 국민연금 이사장이 추천하고 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는 구조가 꼽힌다. 정부 승인 과정에서 정권의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봐도 기금운용본부장을 '오롯이 기금운용의 능력만 보고 뽑는다'는 말을 믿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선임 과정에 정부의 '입김'이 반영되다 보니, 기금 운용 측면에서도 잡음이 나올 수 있다. 삼성물산 합병 찬성 '외압' 논란으로 문 전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이 구속된 게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 강화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5월 말 국민연금 업무보고에서 기금운용위를 상설화하고 위원들은 정부·가입자대표·공익대표 등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 때와 같은 정치적 리스크에도 대응을 잘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민연금 CIO 선임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일관성있는 투자정책과 방향성 유지 측면에서 CIO 임기를 적정히 유지하고, 성과가 좋을 경우 '2+1' 이상의 장기간에 걸친 임용도 검토할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