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숨은 조력자' 의병장 안 변호사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17.07.1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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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재미법조인 장준환 '변호사들'…안병찬-김병로-노무현-한승헌 등 다뤄

'안중근 의사의 숨은 조력자' 의병장 안 변호사


‘조선 침탈의 수괴, 이토 히로부미를 처형한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알리고 정당성을 알리는데는 또다른 안 의사의 역할이 있었다. 변호사요 의병장이기도 했던 안병찬이 바로 그다’

재미 법조인인 장준환 변호사가 신작 ‘변호사들’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작가는 ‘일제 강점기부터 유신시대, 군사독재 시대의 암흑기를 거치며 대한민국의 상식과 가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꾸어온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말로 책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책에는 안중근 의사와 변호인 안병찬의 이야기가 첫머리에 실렸다. 안병찬은 안중근이 뤼순 법정에 선다는 소식을 듣고 변호를 위해 사재를 털어 안중근의 동생들을 이끌고 뤼순으로 향했다. 변호사 선임계를 냈지만 조선 변호사라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당했는데도 굴하지 않았다.

안병찬은 옥중의 안 의사를 찾아가 법률지식을 전했고 옥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일본인 관선 변호사를 감독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변호사 안병찬은 을사늑약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려 귀향을 가기도 했고 군사를 일으켜 의병장으로서의 역할도 했다.



이밖에 초대 대법원장을 맡았던 가인 김병로와 유신독재 시절의 이병린, 이돈명, 이태영, 조영래, 노무현, 한승헌 등 서민과 약자편에 섰던 변호사들의 행적을 적었다. 하지만 그는 인권변호사들로 알려진 이들에 대해 ‘변호사는 사람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이 본래 주업무기 때문에 인권변호사라는 말 자체가 형용 모순’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대법원장 선임이 임박했고 진경준, 최유정, 홍만표 변호사 등 법조 비리가 끊임없이 오르내리는데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의 일갈은 한층 울림이 크다. 법관의 비리에 단호했고 스스로도 청렴했던 김병로는 비바람을 막을 수 없는 법원 청사의 보수공사를 요청하러 온 지방 판사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모든 사법 종사자들은 굶어죽는 것은 영광’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김병로 스스로도 자신의 관사에서도 난로 하나 두지 않은 채 숯을 넣은 조그만 화로 옆에서 곁불을 쬐고 있었으니 상대방도 납득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작가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유신시대에 유능한 검사로 꼽혀 지검장 지위까지 올랐었다는 개인적인 고백을 하기도 했다. 법정에서 만났을지도 모를 할아버지와 책에서 다뤄진 변호사들이 인생항로와 사상적 결이 달라보이지만 약한 사람과 공감하고 법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한 점도 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변호사들=장준환 지음. 한스컨텐츠 펴냄. 308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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