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경화 右동연', 동백나무 공수…文 대통령 독일 에피소드

머니투데이 베를린·함부르크(독일)=김성휘 기자 2017.07.0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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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함부르크 G20]교민 열렬 환영, 트럼프와 자주만나 '스킨십'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막한 G20정상회의에 참석, 각국의 지도자들과 오찬회의를 하고 있다. (청와대) 2017.7.8/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현지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막한 G20정상회의에 참석, 각국의 지도자들과 오찬회의를 하고 있다. (청와대) 2017.7.8/뉴스1


독일에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각종 양자 정상회담을 잇따라 치른 문재인 대통령. 그의 왼쪽엔 강경화 외교부장관, 오른쪽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있었다. 이른바 '좌경화 우동연'이다. 문 대통령 독일 일정은 이밖에도 적잖은 에피소드를 남겼다.

文 대통령, 좌경화? 우동연이 있네= 문 대통령은 이번이 다자외교 데뷔 무대다.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때에도 대통령을 수행해 외교무대에 나간 적이 없다. 그런 그에게 UN 경력이 풍부한 강경화 장관, 경제논의에 콘텐츠를 담당한 김동연 부총리의 역할이 컸다.



김 부총리는 문 대통령의 6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초청연설 중간 연단에 올라 문 대통령과 뭔가 대화도 나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미관계'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중국 등 다른 나라와 관계에 대한 답변을 먼저 했다. 문 대통령은 마침 김 부총리와 눈이 마주쳤고 김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내 원래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마쳤다.

문 대통령과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의 만남에선 최근까지 구테흐스가 총애하던 강 장관에 대한 대화로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좌경화 우동연'이라고 할 만큼 두 분이 국제회의에서 좋은 서포팅(뒷받침)을 했다"고 평가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행사장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진 맨 오른쪽에 서 있다. 문 대통령 옆으로는 (우에서 좌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서 있다.    © 로이터=뉴스1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행사장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진 맨 오른쪽에 서 있다. 문 대통령 옆으로는 (우에서 좌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서 있다. © 로이터=뉴스1
맨 가장자리- 국력, 나이 아니고 '날짜순'= 7일(현지시간) 공식 환영행사 뒤 진행된 단체사진 촬영 때 문 대통령은 첫 번째 줄 오른쪽 끝에 섰다. 맨 가장자리다. 국력이나 국제무대 위상에 따른 ‘홀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홀대가 아니라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른 배치라고 설명했다. 우선 맨 앞줄은 대통령, 두 번째 줄은 총리, 그 뒤엔 초청국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배치된다. 그런 다음 각 줄의 자리 배치는 재임 기간으로 정해진다.

이런 원칙에 따라 올해 5월 취임한 문 대통령은 첫째 줄 맨 오른쪽 끝에 섰다. 실제 같은 줄 왼쪽 끝엔 문 대통령과 취임 시기가 비슷한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 바로 옆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다른 정상들보다 비교적 재임기간이 짧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음악회에선 로열석 중에서도 맨 앞자리에 앉았다. G20 의장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배려였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다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2017.7.7/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 시내 미국총영사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만찬에서 다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2017.7.7/뉴스1
트럼프 또 만났네= 트럼프 대통령과는 '보고 또 보고' 상황이다. 지난달 미국서 만났던 두 사람은 G20 정상회의 전날 함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한미일 3국 만찬에서 만났다.

이어 7일 G20 개막식, 수차례 공식 회의에서 만났고 음악회에서도 같은 줄에 나란히 앉았다. 8일에도 여성기업가 기금 행사에서 만나는 등 악수와 만남을 수차례 가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친근감을 표시하는 장면도 자주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때 두 사람 관계를 "대단한 케미"(great chemistry)라고 표현했다.

교민들 열렬 환대, 메르켈 파격 배려= 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5일(현지시간) 한독 정상회담 전후로 흔치 않은 풍경이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연방총리실 청사 앞을 찾아온 교민들에게 인사하러 가자 메르켈 총리가 함께 걸어가는 예우를 보였다.

회담이 끝나고 환송장에 나왔을 때 독일내 한국 교민들이 환호했다. 교민들은 회담 전부터 총리실 인근에서 환영 플래카드를 들고 문 대통령을 따뜻이 맞이했다. 이런 교민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걸어가자, 메르켈 총리가 함께 100여 미터 정도를 함께 걸어가 교민들을 만났다. 교포들 환영을 받는 한국 대통령의 곁에서 독일 총리가 웃으며 동행한 것이다. 이를 본 독일 총리실 관계자는 "이런 장면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메르켈 총리의 환대는 각별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실 청사에 도착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2017.7.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5일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실 청사에 도착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2017.7.6/뉴스1
인도네시아와 정상회담 불발=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한차례 지연되더니 결국 무산됐다. 현지 치안과 교통상황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도네시아 대통령 숙소로 이동할 채비를 마쳤으나 독일 경찰이 외부 이동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날 함부르크 시내엔 G20을 반대하는 '10만명 행진'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교통통제를 엄격하게 했다.

게다가 위도도 대통령의 귀국 일정상 오후 6시 이후까지 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양측이 이런 상황을 공유하고 결국 회담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김정숙 여사, '패션' 힘빼고 차분한 내조외교= 김정숙 여사는 차분한 가운데 개인일정을 소화했다. 지난달 미국 방문 때 푸른색, 전통문양과 전통 옷감 등을 활용했다며 '패션'을 부쩍 강조했던 것과 대비된다.

김 여사는 독일 베를린 시내 한가운데 있는 유대인 추모비를 둘러보고 독일 분단시절 이산가족의 아픔이 있는 기념시설을 찾았다. 또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묘소를 찾아서는 한국서 공수한 동백나무를 심었다. 고인이 평생 그리워 했던 경남 통영의 동백나무를 가져다 심어 추모의 뜻을 보인 것이다. 김 여사는 모두 무채색의 차분한 옷차림으로 이런 일정들을 소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방문해 참배를 하기 전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고 있다.(청와대) 2017.7.6/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방문해 참배를 하기 전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고 있다.(청와대) 2017.7.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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