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부도 '안종범 수첩' 정황증거로 채택(상보)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7.07.0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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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독대 당시 대가성 입증 증거능력 인정 안 돼" …내용 증명 공방 예상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창현 기자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창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81,500원 ▼100 -0.12%) 부회장의 독대 당시 부정청탁과 대가관계 합의가 있었다는 핵심증거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시한 '안종범 수첩'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사건 재판부에 이어 이 부회장 사건 재판에서도 정황증거로 채택됐다.

재판부가 당시 정황을 가늠할 간접자료 범위까지만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수첩 메모를 대가성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36차 공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개별면담에서 수첩에 기재된 내용대로 대화를 했다는 진술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존재하고 독대 당시 대화에 대한 내용이 있다는 것은 간접사실로 증거능력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안 전 수석이 배석해 대화를 직접 듣고 기록한 것이 아니라 독대 뒤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아적은 것인 만큼 수첩 메모가 곧 독대 대화 내용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외에 배석자가 없었고 녹음파일 등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수첩 메모를 정황증거로 다루면서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달 말 결심까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 피의자 신문도 남은 만큼 수첩 메모의 사실 여부를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의중도 엿보인다.


재판부가 수첩의 증거능력을 정황증거로 제한하면서 남은 공판에서 독대 대화에 대한 수첩 메모 내용이 실제로 이뤄진 것인지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막판 공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총 63권인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는 2015년 7월25일 이뤄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 전후로 '삼성 엘리어트 대책, M&A(인수·합병)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 권익, Global Standard(글로벌 스탠더드), 대책 지속 강구'등의 단어가 적혀 있다. 2016년 2월15일 3차 독대 이후 기재된 내용으로는 '금융지주회사, 글로벌 금융, 은산분리, 새마을운동 제대로, 빙상, 승마' 등이 남아 있다.

특검 측은 공판에서 "수첩 메모의 정확성은 이 부회장이 수사 초반에는 독대 당시 승마협회 관련 대화가 없었다고 했다가 수첩 내용을 제시하자 인정한 점 등에서 여러 차례 검증된다"며 "수첩을 통해 미르재단, 승마지원과 함께 면세점 특허,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문제 등 여러 얘기가 오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대 때 금품수수 및 뇌물공여와 명시적 청탁, 혹은 최소한 묵시적인 청탁이 이뤄졌음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안종범 수첩은 독대 자리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전해듣고 적은 것이기 때문에 전달과 청취, 기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수첩 내용으로 독대 당시 대화를 사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또 "수첩에 '(미르)재단'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이 독대에서 언급했다고 할 수 없다"며 "재판부가 판단했듯 수첩은 그런 대화가 독대에서 있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자정을 넘긴 6일 새벽 1시5분까지 이어졌다. 안 전 수석은 신문 과정에서 수첩에 적힌 내용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 진술하면서도 "삼성물산 합병이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분 처분 문제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경제수석으로서 개입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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