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사장은 1961년생으로 캐나다 국적의 소유자다. 캐나다 칼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이후 세계적인 페인트 기업 악조노벨에 입사해 구매부서 등을 거쳐 부사장직까지 역임했다. 이후 2014년 3월 삼화페인트에 사장(COO)으로 합류, 이듬해인 2015년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허 사장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함으로써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더욱 강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실제로 노루페인트의 지주회사인 노루홀딩스는 1980년 악조노벨과 각각 40%, 60%의 비율로 지분을 투자해 선박용 페인트 합작법인인 IPK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또 노루페인트는 2014년 하반기 악조노벨과 건축용 프리미엄 제품인 '듀럭스' 페인트의 국내 판매 촉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 시장에서 협력키로 했다.
이처럼 노루페인트와 악조노벨이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건축용 페인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면서 이 분야 업계 1위인 삼화페인트가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다.
허 사장이 미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임을 한 것은 국내 제조업체 특유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기업 문화가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외 국적자로 해외 체류 기간 길고, 외국 회사에서 오래 근무해온 허 사장이 단기간 내 삼화페인트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허 사장이 삼화페인트에 영입될 당시 업계에선 회사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며 "실제로 삼화페인트 현 경영진들과 허 사장의 호흡이 그렇게 잘 맞는 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허 사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회사를 중도 퇴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 경영진과의 불화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