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잘못을 바로잡기는 커녕 이에 동조했다"며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 7인에 대한 선고는 오는 27일 오후2시10분에 내려진다.
이 특검보는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제왕적 권한을 누리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권한을 남용할 경우 어떤 참상이 일어나는지를 목도했다"며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들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나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따로 재판을 받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5),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 등에겐 모두 징역 5년이 구형됐다. 이 특검보는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끼친 해악이 크다"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61)와 짜고 정부정책이나 집권여당에 반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들의 이름이 적힌 블랙리스트를 작성, 관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는 박 전 대통령에서 김 전 실장과 당시 정무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 등 청와대 비서진을 거쳐 문체부까지 하달된 특검은 보고 있다. 문체부는 '민간단체보조금 TF'를 만들어 블랙리스트 업무를 맡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문화계 인사와 단체들 중 상당수는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다.
김 전 실장은 조 전 장관 등을 시켜 블랙리스트 업무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받았다. 이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그럼에도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전혀 모르는 것처럼 위증을 한 혐의도 받았다.
이밖에 김 전 수석과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별도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현 2차관)이 사직을 강요받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도 받았다. 노 전 국장은 2013년 4월 경북 상주승마대회 후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를 맡았다. 정유라씨(21)가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하고 판정시비가 일자 박 전 대통령이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노 전 국장은 '사건은 승마계의 파벌싸움에서 비롯됐으며 최씨와 반대파 모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가 최씨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작성된 셈이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노 전 국장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발언했고, 노 전 국장은 한직을 떠돌다 공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최후변론에서 김 전 실장은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사실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일도, 작성된 명단을 본 일도 없다"며 본인에 적용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 전 장관도 말을 못 이을 정도로 울먹이며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책임을 지라는 특검의 주장은 참기 힘든 것"이라며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