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 보석'보다 '15억원 현금' 태울 때 대중은 더 ‘경악’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7.07.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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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돈의 힘’…돈이 우리에게 미치는 놀라운 영향력

'15억원 보석'보다 '15억원 현금' 태울 때 대중은 더 ‘경악’


1994년 8월 23일 저녁 스코틀랜드 허름한 창고에서 KLF라는 밴드가 100만 파운드를 태우고 있었다. 음악에 염증을 느껴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전향한 이들은 이 행위를 개념미술의 일환으로 여기고 동영상까지 찍었다. 모든 대중은 아니더라도 일부는 이 행위에 찬사를 보낼 줄 알았지만,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대중의 적개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만약 이들이 100만 파운드 가치가 있는 보석이나 그림이었다면 대중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돈’을 태웠다는 사실이다. 현금을 태우는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그 돈이 실현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일을 떠올린다. 새집과 새 차, 빚더미 탈출, 세계 여행 등이 그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돈을 불태우는 일은 신성모독을 넘어 인류의 존재 의미를 뒤흔드는 것이다.



대중은 돈이라는 물리적 인공물이 파기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돈이 가진 기능성을 잃어버린 것이 괴로웠다.

이 책은 돈을 어디에 쓰고 어떻게 벌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돈을 통제하지 않고 돈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통제해 때론 역효과를 낳거나 때론 훌륭한 삶을 영위하는 돈과 인간 심리의 관계를 모색한다.



돈에 관한 심리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다. 유발 노아 하라리 역사학 교수는 돈을 “지금까지 고안한 상호 신뢰 구축 중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것”이라고 정의했다. 잘 아는 사람에게 협조하기는 쉽지만, 낯선 이에게 협조해야 할 때는 신뢰를 정량화해 교환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돈의 역할이 존재한다.

저자 클라우디아 해먼드는 심리학, 신경과학 및 행동경제학 분야의 학자들을 인터뷰하고 수백 건의 사례를 수집해 사람이 돈 앞에서 어떻게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어떻게 행복하게 소비하는지 알려준다. 263가지 숨겨진 심리 실험에선 돈의 엄청난 위력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돈에 지배당하지 않고 돈과의 관계에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저자는 연구를 통해 증명한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모았는데,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려면 간식을 살 때 반드시 현금을 내라.
△매주 같은 번호로 복권을 사면 안 된다. 그러면 복권을 사지 못한 주에 그 번호가 당첨됐을 때 땅을 치고 후회할 수 있다.
△외로움을 느낄 때 물질주의에 의존하거나 외로움에 대한 보상으로 돈을 벌려고 애쓰는 일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하지만 자그마한 사치를 부리는 일은 도움이 된다.
△행복해지는 일에 돈을 쓰고 싶다면 물건보다는 경험을 소비하라.(멋진 옷보다 여행)


저자는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적게 가진 사람보다 행복한 것은 사실이지만, 갑자기 돈이 생겨났다고 해서 크게 행복해지지 않는다”며 “가진 돈으로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면 우리는 더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의 힘=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도지영 옮김. 위너스북 펴냄. 340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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