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공단·병원 '한통속'…檢, 산재보상비리 39명 적발

뉴스1 제공 2017.06.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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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상 전문브로커, 노무사 결탁해 '기업형' 범행
검찰 "산재보상금은 국가예산…모든 국민이 피해자"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서울중앙지검 이용일 강력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산재보상 심사 비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서울중앙지검 이용일 강력부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산재보상 심사 비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6.2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산재보상금액을 결정하는 장해등급을 높이기 위해 금품로비를 한 산재브로커들과 근로복지공단 직원과 자문의사,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 등 일당 39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산재보상 심사과정에서 브로커를 중심으로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유착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산재보상 심사 비리사건'을 수사하고 산재브로커를 중심으로 유착된 관계자 16명을 구속기소, 23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총 39명을 적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산업재해를 당한 환자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은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지정병원의 진단서를 첨부해 장해급여신청서를 제출한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공단의 자문의사가 심사를 하고 장해등급이 결정된다. 수사결과 이 과정에서 브로커를 중심으로 관계자들이 금품로비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지난해 '경마 승부조작 등 대규모 경마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포착한 단서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을 통해 소개받은 환자들에게 높은 장해등급을 받게 하는 대가로 공단직원과 원무과장에게 금품을 교부하고 사건을 불법으로 수임한(변호사법 위반·배임증재·뇌물공여 혐의) 산재 브로커 김모씨(48) 등 10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산업재해보상 전문브로커 16명은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을 통해 환자를 소개받고 사건을 위임받아 환자들이 받은 산재보상금의 20~30%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들은 원무과장 등을 통해 높은 장해등급의 진단서를 받아 공단에 제출한 후 공단직원과 자문의사에게 허위 진단서대로 장해등급을 결정해 줄 것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들이 불법으로 수익한 액수는 약 76억원 상당에 이른다.


일부 브로커들은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로부터 노무법인과 법무법인 명의를 대여해 직원을 고용하고 19억~24억원의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등 기업형으로 움직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복지공단 직원과 자문의사 11명은 산재브로커들에게 금품을 받고 공인노무사나 변호사가 아닌 산재브로커들로부터 장해급여신청서를 접수받고 청탁받은 내용대로 자문한 후 결과를 미리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이모 차장(53)은 산재브로커들 3명으로부터 총 1억29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다른 지사의 박모 차장(57)은 지인에게 권유해 산재브로커로 활동하게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산재브로커 및 원무과장들과 테니스동호회를 만들고 테니스코치로 활동하던 사람을 브로커로 활동하게 하고 산재처리내역을 알려준 후 수시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씨 등 공단직원 4명을 구속기소,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 6명이 수수한 뇌물액수 합계는 총 2억5500만원상당에 이른다.

공단 자문의사들은 브로커로부터 '장해등급 심사를 잘 부탁한다'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건당 50만~1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 정모씨(46)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약식기소 했다. 자문의사 5명이 수수한 금품은 총 1억1500여만원으로 브로커들은 12~14등급의 심사는 자문의사 1명이 결정하고 누가 하는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집중 로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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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또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고 환자를 소개한 산재병원 원무과장 4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 병원 원무과장 정모씨(32세)는 처갓집 인근에서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 것을 병원 근무 중 다친 것으로 허위진단서를 받아 청구해 1690여만원을 받아내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의 부탁을 받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와 병원직원 2명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 방조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한편 브로커들에게 명의를 대여해준 대가로 무료로 사무실을 사용하거나 매월 350만~400만원의 월급을 받은 공인노무사 김모씨(40) 등과 산재보상금 청구 소송사건 알선을 받은 변호사 이모씨(43) 등 6명도 적발돼 불구속 기소·약식기소 됐다.

검찰 조사결과, 근로복지공단의 자문담당 의사의 심사결과가 전산으로 관리되지 않고 산재보상신청시 장해진단서가 환자를 거쳐 공단에 제출되는 과정에서 브로커가 환자에게 개입할 여지가 있는 등 산재보상심사제도에 구조적 문제점이 악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일 부장검사는 "산재보상금은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가의 예산으로 지급되는 사회보장제도이기 때문에 결국 모든 국민이 피해자인 중대한 범죄"라며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은 관계기관에 개선을 건의하고 산재보상 관련 비리를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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