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고 셀카찍고… 청와대 앞길 개방 첫날 가보니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7.06.2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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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제한 50년 만에 청와대 앞길 전면개방… 도로 바리케이드 사라져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앞길을 걷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26일 시민들이 청와대 앞길을 걷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50년 만에 백발이 돼 다시 찾아왔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엄숙한 느낌은 여전하지만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김창식·77)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됐다. 1968년 1·21 사태(김신조 등 북한 무장공비 침투 사건)로 통행이 제한된 지 50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청와대 앞길은 오전 5시30분(동절기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개방하고 오후 8시 이후에는 통행이 제한됐다.



26일 찾은 청와대 앞길에선 그동안 차량을 막았던 바리케이드는 찾을 수 없었다. 경찰의 "어디 가십니까?"라는 질문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경광등이 달린 교통 안내초소가 설치돼 있고 경찰 한 명이 이를 지키고 있었다.

개방된 지점은 춘추관과 분수대 광장을 잇는 길로 경복궁 담장 앞 보도만 해당된다. 청와대 담장 앞 보도는 여전히 일반인이 통행할 수 없었다.



한낮 더위에도 청와대 앞길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내리 쬐는 햇살을 가리기 위해 양산을 든 사람도 다수였다.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족 단위가 많았고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간혹 탄성을 자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청와대 앞길에서 근무하던 경찰은 다정한 시선으로 시민들을 바라봤다. 이들은 시민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는가 하면 직접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친절한 청와대'라는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이날 청와대 앞길을 찾은 허은숙씨(45)는 "그동안 청와대 앞길이 낮에 개방됐다는 사실을 모르다가 최근 전면 개방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역사적인 순간을 느끼고 싶어 가족들과 시간을 내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과거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던 청와대 앞으로 올라가는 길. /사진=신현우 기자과거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던 청와대 앞으로 올라가는 길. /사진=신현우 기자
산책하고 셀카찍고… 청와대 앞길 개방 첫날 가보니
청와대를 배경으로 곳곳에서 사진찍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청와대 방향(경비나 보안이 필요한 시설을 제외)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가보안 목표시설인 청와대 쪽으로의 사진 촬영은 청와대 정문 앞 등 특정지점에서만 가능했다.

송완희씨(60)는 "그동안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청와대가 가장 멀게만 느껴졌다"며 "사진조차 쉽게 찍을 수 없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많은 게 변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좋은 곳이 국민들에게 돌아 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된 첫날 찾은 사람들은 평소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앞길에서 근무하던 한 경찰은 "전면 개방 첫날이라는 이유로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청와대 앞길을 찾은 듯하다"며 "야간에 사람들이 많이 올지 아직은 의문"이라고 귀띔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18개월 된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성배씨(42)는 "청와대가 직접 보이는 곳은 처음"이라며 "그동안 여러가지 일로 오고 싶지 않았는데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김씨 부친은 손주를 보며 "미래의 대통령으로 키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가족과 함께 청와대 앞길을 찾은 중국인 왕리(24)는 "한국의 대통령이 바뀌고 많은 게 변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오늘 이곳이 전면 개방된 것도 그중 하나로 생각된다. '좋다'라는 말로 모든 게 표현될 듯 하다"고 전했다.

청와대 앞길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김모씨는 "청와대 앞길 전면 개방 보도를 청와대 내부까지 전면 개방된 것으로 착각했다"며 "멀리서 지켜보는 게 전부라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으로 올라가는 길에 설치돼 있는 표지판./사진=신현우 기자 청와대 앞으로 올라가는 길에 설치돼 있는 표지판./사진=신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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