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올 들어 코스피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주변에서 한 둘씩 돈 벌었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증권가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주식시장 뿐 아니다. 부동산 시장은 3년째 활황이 계속됐다.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은 2000만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갭 투자(소액으로 전세 끼고 집을 사는 투자)하는 청년 투자자를 비롯해 강남 큰손까지 억 단위 돈을 벌게 됐다. 서울에 자가 보유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한 사람조차 집 값이 1~2억원씩 올랐다. 자산을 가진 자라면 자동으로 자산이 불어난 것이다.
자산시장 강세 덕분인지 국내 소비심리 지수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소비회복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소비가 회복되면 내수가 살아나고, 이미 회복된 수출과 함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게 된다. 한국 경제 호황의 서막이 열리는 것이다.
주식·부동산 시장의 동반 강세를 관망하던 투자자들은 이제야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지수가 2350인데 지금 주식을 사도 되나요?"
금투업계 대부분의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은 코스피 지수가 충분히 더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가 지수 상승보다 빠른 상황에서 지수가 사상 최고가에도 불구하고 저평가이기 때문이다. 연말 또는 내년 중 2600~2700을 여유 있게 돌파할 거란 전망은 설득력이 높다.
하지만 2007년과 같은 폭발적 강세장이 올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하는 시각이 적잖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멀리하고 있다는 것. 이는 역대 한국증시의 세 번의 강세장에 뒤따른 급락장의 아픈 추억 때문이다. 2004년~2007년 강세장에서 콧노래를 불렀던 많은 투자자들은 2008년의 공포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수익률이 급락했던 수많은 펀드의 수익률이 마침내 회복된 것이 올해다. 즉 무려 10년 동안 수익률이 잠겼던 것이다. 주식으로 돈 벌기보다 잃었던 기억이 많은 개인들은 이제 주식시장에 기웃거리지 않는다. 지금 주식시장에서 수급의 주체는 외국인이다. 개인보다 합리적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버블'을 만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른 하나는 인구구조다. 최근 부동산 투자, 또는 펀드나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의 대부분은 50대다. 코스피 12월 결산 주식의 실질주주 비중도 50대가 32.8%로 1위를 차지하니 당연한 일이다. 1968년생~1957년생 '미니 베이비붐 세대'인 이들은 10년 안에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은퇴를 앞둔 사람이 공격적인 투자나 소비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저금리시대, 10억원의 현금으로도 남은 30~40년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직면한 현실이다. 고령화 사회로 본격 진입을 앞둔 이번 강세장에서 '부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