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유학온 20대의 '몰도바 고위공무원'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7.06.2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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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몰도바 총리실 소속 발렌틴 크로이토루…한국의 발전상 배우기 위해 KDI국제정책대학원 유학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유학 주인 발렌틴 크로이토루 /사진제공=KDI국제정책대학원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유학 주인 발렌틴 크로이토루 /사진제공=KDI국제정책대학원


몰도바는 다소 생소한 나라다.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7600km 이상 떨어져 있다.

물리적으로도 먼 나라 몰도바의 고위 공무원이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발렌틴 크로이토루(28·Valentin Croitoru)씨다.



크로이토루씨는 몰도바 총리실 소속이다. 몰도바 총리실은 16개 정부 부처를 조율한다. 크로이토루씨는 각 부처의 업무를 감독하고 평가하는 일을 맡았다. 몰도바로 들어오는 원조자금을 관리, 감독하는 일도 그의 업무였다.

20대의 젊은 나이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거듭한 뒤 부서장까지 올랐다. 몰도바의 국가발전전략인 ‘몰도바 2020’ 작성에도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한마디로 몰도바에서 잘 나가던 젊은 관료였다.



그가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승진한 것은 영어와 정보기술(IT)에 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주도한 정부의 보고체계 전산화 작업이 국무총리의 인정을 받았다. 2015년 당시 국무총리는 그를 20대의 부서장으로 임명한다.

몰도바 관료사회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돌연 한국행을 선택한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몰도바의 미래였다. 건국 초기 어려움을 겪던 한국은 원조자금을 활용해 개발정책에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크로이토루씨는 “건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몰도바는 한국의 1970년대와 비슷하다”며 “한국이 국제원조자금을 받아 이뤄낸 성취를 배우는 게 조국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가 KDI 국제정책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개발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교는 많지 않다. 몰도바 정부의 인사담당자도 KDI 국제정책대학원을 추천했다고 한다.

학교가 위치한 세종시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크로이토루씨는 “세종시는 새 도시를 일구는 개발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새 도시가 생기는 걸 관찰하는 기회는 새롭고 고무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몰도바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형적인 공무원이다. 몰도바는 정치적으로 다소 불안한 국가다. 크로이토루씨만 하더라도 몰도바에서 7명의 국무총리를 모셨다. 그만큼 권력이 안정적이지 않다.

크로이토루씨는 “몰도바는 대륙 간 경계와 정치권력 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어 작은 규모에도 국제관계에서 눈에 띄는 나라”라며 “유학을 마친 뒤 어떤 역할을 할지 정부와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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